醫 '진찰료 인상 등 구체적인 계획 있어야 협상 재개'
취임 1년 최대집 회장, 전제조건 피력···'5월 수가협상 참여·불참 미정'
2019.03.12 05:5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 협상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급랭한 의정 관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의협은 대회원 설문조사를 실시, 회원들의 의중을 물었고 10명 중 7명의 회원이 "투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곧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의협 최대집 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의협이 협상에서 투쟁으로 태세를 바꾼 만큼 정부도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거부했던 초재진료 인상과 처방료 부활 등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한 협상 중단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현재 의협이 정부와 진행하는 각종 협의체에 불참하고 있는 만큼 의협을 배제하고 진행한 정책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고 밝혔다. [편집자주]
 

Q. 의협이 대정부 협상 보이콧을 지속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실리를 추구하는데 의협은 그러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정책이 의협이 추구하는 정책과 큰 틀에서 일치를 하게 되면 협력해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정책은 전혀 의협과 논의가 없었다. 가령 선택진료비 폐지를 예로 들면 정책 시행 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사전에 의료계와 함께 필요한 정책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논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또한 새로운 정권 들어설 때마다 180도 상반되고 비일관적인 정책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정부 정책에 대해 긴밀히 논의하고 협력할 수는 없다. 정부 정책이 일방적으로 강행될 경우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 의료정책 추진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같은 경우에는 정책을 추진할 때 사전에 일본 의료계와 긴밀히 논의한다. 우리도 일본 모델을 갖고 와서 전국민 건강보험을 시행 중인데 더욱 긴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Q.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 신뢰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번에 정부와 협상이 결렬된 것이 초진 및 재진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 요구였다. 이를 정부가 거절해 협상 결렬이 선언된 것이다.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초재진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에 대한 재정과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대회원 설문조사에서 2만2000여 명에게 응답을 받았다. 현재 투쟁 국면에서 협상을 병행하는 쪽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정책 변경이나 입장 전환을 보여줘야 한다.
 

또 다른 요구사항은 의약분업 재평가 문제와 대(對) 한방 정책, 전공의 수련 문제, 의사 근로시간 사안, 의료기관 내 폭력 문제 등에 대해 시한을 정해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의체를 개최해 2주나 3주에 한 번 회의를 개최한다든지 등의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2000년도 의약분업 당시나 2014년 원격의료 투쟁 당시 요구한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다. 물론 정부도 단기간 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정부가 쉽게 입장을 바꾼다면 과연 약속을 지킬지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의협은 당분간 대정부 투쟁에 대해 분명한 기조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것이다. 

"한국 의료제도 정상화 위해 의료계가 입는 일시적 손실 감수"
"건정심 구조 자체가 불합리하고 심의도 정부 거수기 역할 사례 많아"
"선택진료비 및 상급종합병원 2~3인 병실 부활해야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이견 생기더라도 결정되면 시도의사회와 한 방향으로 투쟁하고 조만간 의쟁투 출범"

 

Q. 의협은 이미 정부와 대화를 단절하고 있는 상황인데 안전진료 TF 회의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의협 이탈로 개원가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협은 좁게는 의료제도 및 건보제도 정상화, 크게는 한국 의료제도의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건보제도와 수가 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시적 손실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무런 손실이나 피해도 입지 않고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투쟁은 반드시 희생을 담보로 한다. 개별적으로 보면 안전진료TF 회의는 의협이 회의에서 나올 때도 이미 80% 정도는 논의가 진행된 상태였다. 초기에 제시된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은 의료계가 전문적 의견을 개진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정부가 체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문제다.
 

건정심에도 불참하고 있는데 이는 구조 자체가 너무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건정심에 불참한 지 10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 이대로의 불합리한 구조에서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재 공급자 8인, 공익 8인, 가입자 8인인데 공익위원이 정부나 가입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의협이 법정단체인데 2명 뿐이다. 한의계나 치의계, 약계에서 들어오는 것은 이해하더라도 건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만큼 숫자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건정심이 전문적 심의도 없이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의협이 참여하지 않은 결의라고 해도 법적으로는 효력을 갖겠지만 의료계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근거는 된다.
 

건보 재정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선택진료비 폐지와 상급병실료의 급여화다. 지금 대학병원에서 폐지한 선택진료비는 부활시켜야 하며 상급종합병원 2~3인실도 다시 비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불필요하게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를 위해서라도 환자가 일차의료기관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Q. 상급병실료 급여화와 선택지료비 폐지는 환자들 부담을 낮췄는데

4인실이나 2인실처럼 보험급여가 되는 병상 수가 현재는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서울 빅5 병원으로 쏠림현상이 많다. 때문에 충청, 호남, 영남권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인데도 입원환자가 차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병상가동률이 70~80%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권역별로 양질의 의료기관이 있음에도 서울 몇 군데의 대형병원으로 쏠림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2~3인실 급여화는 환자들에게 큰 혜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의 분산을 위해서라도 다시 비급여로 돌려야 한다.

선택진료비 폐지는 환자들의 부담을 낮추는 심리적인 효과다. 의료현장에서는 실효적 효과를 내는지는 의문이다. 선택진료비의 폐지는 의사들의 급여와도 관련이 있다. 선택진료비 폐지로 의사들의 업무량은 늘었는데 급여는 오히려 깍인 경우도 발생한다.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해 교수들이 당직을 서지만 당직비 지급도 제대로 안 된다. 특정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의사에게 진찰료 차등을 둬야 한다는 이유로라도 선택진료비는 부활할 필요가 있다.
 

Q. 대정부 협상 중단을 이어간다면 5월 예정된 수가협상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수가협상은 지난해 12월 이미 준비단을 구성했다. 지금 내부적으로 회의를 계속하며 전략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이 3월인데 5월에 개최될 수가협상에 참여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현재 복지부와 그 산하기관이 주최하는 회의에는 전부 불참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주최하는 회의도 이에 해당하는데 수가협상은 상황 변화가 생길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참여할 수도 있다.
 

Q.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투쟁 성공을 위해서는 의협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의 전략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16개 시도의사회장단과 회의를 하면 다양한 의견이 있다. 시한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과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하며 집행부가 리더십을 발휘하면 동참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전반적으로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는 의견이 같다. 의협은 결국 상임이사회와 시도의사회의 집단지도체제다. 함께 의협을 이끌어가는 것이고 책임도 공동으로 지는 것이다. 의협 집행부가 결정을 하게 되면 이견이 있더라도 시도의사회 역시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일치 단결해 결정한대로 회무를 추진해 나가겠다.
 

Q.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제2 의쟁투라고 명명했다. 어떻게 운영되나
 

지난 2000년대 의권쟁취투쟁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었는데 이번에 구성된 조직과 약자가 같아 제2의 의쟁투라고 부른 것이다. 2기 의쟁투는 특별위원회 성격으로 제가 위원장을 맡게 된다. 의료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처럼 의사들과 국민 권익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의쟁투가 상임이사회와 분리돼야 하는 것은 의협이 늘 해야 하는 상시적인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연수강좌 승인, 광고에 대한 민원 등의 업무가 있고 대정부 협상이 중단됐다고 하더라도 국회 토론회 등 많은 일들이 있다. 때문에 상임이사회는 상근부회장이 전담을 해 운영해 나갈 것이며, 의쟁투 위원장인 제가 투쟁을 전담하겠다는 것이다. 의쟁투에는 시도의사회, 대의원회,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한국여자의사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에서 추천을 받아 20여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곧 출범식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전담하게 될 방침이다.
 

Q. 투쟁의 타임테이블은 정해졌나. 집단행동과 같은 물리적 투쟁은 어느 시점이 이뤄지나

시점에 대해 정확히 못을 박기는 어렵다. 유동적으로만 잡아놓은 상태다. 3월부터 정치일정도 고려해야 하며 미세먼지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사회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하기는 쉽지 않다. 짧은 기간 동안 투쟁 로드맵을 발표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전략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24시간 일제휴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회장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시도의사회장단, 대표자들과 함께 방법론에 대해 결정할 것이다. 큰 방향에서는 어느 정도 동의는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의협이 단독으로 하는 대규모 집회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4월 중 출범할 범사회적 연대인 민생정책연대에서 공동집회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 사이에 소규모나 중규모 집회는 할 수 있다.
 

Q. 설문조사는 대정부 투쟁 의견을 모으기 위해 한 것이 아닌가. 다시 이를 바탕으로 시도의사회장단과 논의를 하면 도돌이표가 아닌가

설문조사는 투표가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몇 월 며칠 휴진을 한다”고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투쟁 방법론에 대해서는 회의를 거칠 것이다. 특히 1차 집단휴진은 회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Q. 집단행동을 하면 출구전략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어떤 답을 주길 바라나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내심 정부가 "의료계 투쟁에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래야 투쟁 동력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 및 구체적인 의제를 확정해 공개적으로 전달할 것이다. 다만 정부 입장이 긍정적일지, 아니면 부정적일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의료계 요구를 받아들일지, 못 받아들일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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