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1947년부터 72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 온 성바오로병원이 지난 3월22일 공식 폐원함에 따라 성바오로병원 환자들이 주변에 있는 어느 대형병원으로 발길을 옮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병원 위치, 규모, 명성, 환자 입소문 등 모든 사항을 고려했을 때 인근 대형병원들이 성바오로병원 환자 유치를 위한 '자존심 대결'을 벌일 수 밖에 없다는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성바오로병원과 가까운 대표적인 병원은 경희대병원, 고대안암병원, 한양대병원(가나다 순)이다.
성바오로병원과 지도상 거리를 보면 경희대병원 약 1.8km, 고대안암병원 약 1.7km, 한양대병원 약 2.2km로 차량으로 10~20분 내 위치에 있다.
성바오로병원이 폐원을 앞둔 한 달 전부터 병원 회원가입 서비스 및 온라인 진료예약 서비스를 중단함에 환자들은 진작부터 새로운 병원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은평성모병원(가칭)이 다음달 1일 첫 환자 진료를 앞두면서 성바오로병원은 지난 22일 공식적으로 진료를 종료했다. 성바오로병원 환자들은 무조건 새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성바오로병원에 재직했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성바오로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주로 연령대가 높았고, 인근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만성질환자 비중이 상당히 높았으며 약을 처방받기 위해서라도 자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환자 충성도는 매우 우수했던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의료원 산하 의료기관 중 성바오로병원을 대신할 은평성모병원이 서울 동대문구와 다소 거리감이 있는 서울 은평구에 들어섰기 때문에 지역 내 환자 대부분이 경희대병원, 고대안암병원, 한양대병원으로 갈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인근 병원들은 성바오로병원 폐원에 따란 신규 환자 유입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총 325병상 규모로 운영한 성바오로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 굳이 은평성모병원까지 이동해서 진료를 받기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형병원을 찾을 것이라는 추측이 작용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환자들은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성바오로병원 폐원으로 인해 순환기내과와 내분비내과 환자가 예전보다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고대안암병원도 비슷한 분석과 관측을 내놨다. 고대안암병원 관계자는 “성바오로병원 환자들이 주변 병원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은 다들 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역 특성상 중증환자보다 경증환자가 많이 늘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대안암병원 한 교수는 "우리 병원이 환자가 많이 늘어났다. 근래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아마도 성바오로병원 환자들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병원들은 성바오로병원 폐원에 따른 신규 환자 증가율을 분석하는 객관적 통계자료를 아직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환자가 꾸준히 늘어왔다”며 “물론 성바오로병원 폐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이 같은 현상을 그 이유 하나로만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원로인사는 “대형병원 한 곳이 사라지면 주변 모든 병원에 일시적으로 신규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약 2달 정도가 지나면 어느 병원에 환자가 더 많이 가게 됐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민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