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반격…'허가 지연 손실 보상하라'
26일 첫 청문회, '제주도·JDC가 병원투자 강요'…道 '개원 지연, 정당 사유 안돼'
2019.03.26 17:49 댓글쓰기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여부가 이르면 내달 초께 결정된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병원 개원 지연으로 인해 의료법상 병원 개설 취소 사유 발생함에 따라 도의 청문주재자(오재영 변호사)가 이날 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와 처분 부서인 도의 입장을 듣는 청문을 했다.


도에서 변호인과 관련 공무원 등 5명이 나와 지난해 12월 도의 개설허가 이후 녹지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을 지연하는 등 의료법상의 병원 취소 사유에 대해 의견을 말했다.


녹지제주 측은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태평양) 등 5명이 참석해 "도가 개원 허가를 장기간 지연해 오다 예상에도 없이 외국인으로 한정한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 한·중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녹지가 손실보상을 받아야한다"고 반론했다.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제12장 5조에는 '투자유치국의 변경된 정책이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린다면 그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적시돼 있다.


녹지제주는 2017년 8월 도에 녹지병원 개설허가 신청을 냈다. 도는 1년 4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5일 외국인만 진료를 허용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


녹지제주 측 법률 대리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의견서에서 "녹지병원 투자는 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강요에 따라 추진됐고 도와 정부가 수년간 녹지병원 운영의 정당한 기대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녹지제주 측에 따르면 2013∼2014년 JDC는 녹지그룹이 추진하는 헬스케어타운 2단계 개발사업에 '의료시설 개설'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1년 7개월 이상 미뤘다는 것이다.


녹지제주 측 법률 대리인은 "녹지그룹은 이전에 아무런 의료시설 운영 경험이 없던 데다가 애초부터 의료기관 개설을 생각하지도 않았으나 당시 JDC가 워낙 강경하게 의료기관 개설을 요구하면서 2단계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지연해 녹지 측이 어쩔 수 없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로 JDC와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녹지제주 측은 이어 2014년에 도와 JDC가 '도민에게 의료보험 적용', '도민 입장의 의료서비스 제공', '서귀포시 지역 산부인과의 신설' 등을 홍보하며 녹지에 내국인에 대한 양질의 진료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녹지제주는 "도와 JDC의 요구에 따라 총 778억원을 들여 녹지병원 건물을 준공하고 2017년 8월 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할 당시 당장 진료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모든 시설과 장비, 인력확보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녹지제주는 "그러나 병원 개설허가가 1년 4개월가량 미뤄져 8억5천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애초 예상에도 없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으로 이에 대한 불복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개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원 지연에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반론했다.


이에 대해 처분 부서인 도의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우리)은 "도의 조건부 허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개설 허가 이후 이뤄진 의료법 위반 행위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의료법상 병원 개원 허가 이후 3개월(90일) 이내 개원을 해야 하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해 청문 처분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의 법률 대리인은 또 "병원 개원 허가가 지연된 것은 관련 법률과 숙의민주주의 조례에 따른 절차를 이행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이어 "도의 입장에서 이미 개설허가가 이뤄졌고 대부분 영업 행위가 의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당사자(녹지제주)의 의사에 맞춰 허가가 이뤄졌음에도 내국인 진료를 제한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개설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문주재자는 이날 양측의 입장을 듣는 청문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도에 보낼 계획이다. 법리 다툼이 길어지면 청문주재자가 청문 추가 실시를 결정할 수도 있다.


도는 청문주재자의 청문 결과 의견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개설허가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도는 이날로 청문이 끝나면 내달 초에 개설허가 취소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수 있지만, 법리 다툼이 길어져 청문이 추가 실시되면 내달 말께야 최종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현행 의료법상 '개설허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지난 5일 허가를 취소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녹지제주는 지난해 12월 5일 외국인 대상의 조건부 개설허가를 받은 후 기한인 지난 4일까지 병원 영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녹지제주는 지난달 외국인 대상의 조건부 개설허가가 부당하다며 도의 조건부 허가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여부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도는 이날 청문을 관련 법에 따라 비공개로 실시했으며 모두 발언 청취만 허가해 취재진과 마찰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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