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뇌사·생체 기증자 이용 '폐·간 동시이식' 성공
흉부외과-이식외과 등 팀워크 기반 다장기 이식 활성화
2019.04.16 11:4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세브란스병원은 16일 뇌사자와 생체 기증자로부터 다른 장기를 받아 한 명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폐·간 동시 이식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백효채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주동진 이식외과·박무석 호흡기내과·한대훈 간담췌외과 교수팀으로 구성된 장기이식팀은 지난달 13일 뇌사자 폐와 생체 기증자의 간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서종관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는 지난해 10월 간질성 폐질환과 자가면역성 간질환으로 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산소통 없이 활동이 어려웠고, 간경화로 인한 황달도 심해 이식이 급했다.
 
지난달 초 간경화로 인한 급성 간성뇌증(혼수)상태에 빠진 서 씨는 뇌사자 폐와 부인의 간(肝)을 약 14시간에 걸쳐 동시에 이식수술을 받았다.
 
기존에 폐·간 동시이식은 한 뇌사자로부터 두 개의 장기를 받아 이뤄졌다. 이 경우 기증된 폐의 상태에 따라 수술 진행여부를 결정하고 수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뇌사자 장기 기증이 많지 않아 현실적으로 한 뇌사자로부터 두 개 이상의 장기를 동시에 수혜받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또 뇌사자 장기와 생체 장기의 동시이식은 양측 장기 상황을 모두 고려하면서 수술이 진행돼야한다. 뇌사자의 폐는 의료진이 직접이식이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고, 수술이 결정되면 폐를 이식하면서 동시에 생체 기증자의 간 절제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간경화가 심하면 간 이식수술 중 출혈이 발생하고, 수술 후에도 재출혈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폐 이식을 할 때 역시 체외순환기를 사용해야 될 가능성이 높고, 이때 혈액응고를 막기 위해 헤파린 등 약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증 받은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수술도 필수다.
 
서 씨의 경우에는 흉부외과·호흡기내과·이식외과·간담췌외과 등이 협진을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이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뇌사자 장기이식이 결정돼 흉부외과에서 이식할 폐를 확인하고, 이송해 올 동안 이식외과에서 병든 간을 절제하기 위한 간박리술이 먼저 시행됐다.
 
폐가 도착한 후에는 흉부외과에서 폐이식을 시작했고, 간담췌외과에서 부인 간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도 진행됐다. 폐이식이 끝나자마자 이식외과에서는 간 이식 수술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친 후 서 씨는 호흡기내과의 재활치료와 관리를 받고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해져 한 달 만에 퇴원하게 됐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뇌사자 장기 기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 동시에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뇌사자 장기 이식과 함께 진행되는 생체 장기 이식은 관련 진료과의 체계적인 협업이 필요한 고난도 이식수술이지만 다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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