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화두 '주 4일제'···'중소·공공병원 우선 적용'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5조 3교대제 모델' 제시
2021.11.26 05:4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보건의료계 주4일제 도입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구체적 시행 모델과 해외 사례·적용 대상·사전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이 활발히 제기됐다.   

교대근무제 개편을 통해 주4일제를 점차 실현하고, 우선 적용 대상은 중소병원과 지방 공공병원이 돼야하며, 적용에 앞서 장시간 초과노동을 막기 위한 근본적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4일 이수진·강은미·조정훈 의원이 주최한 주4일제 국회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주4일제를 위한 교대제 개편 실험모델과 해외 근무단축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47시간 내외 장시간 일하고 있고, 특히 병원은 전일제 이외 3교대·2교대 근무형태가 많아 업무강도와 이직률이 매우 높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건의료분야 연간 주휴일은 104일(52주×2)이지만 현행 4조4교대제에서 휴일은 91일이기 때문에 완전한 주5일제 실현과 주3일 휴무를 보장키 위해서는 교대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개편 모델은 ‘5조3교대제’다. 휴무일은 ▲연간 146일 ▲월간 12.2일 ▲주간 2.8일 등이며, 근무시간은 ▲낮번 7~16시 ▲저녁번 14~23시 ▲밤번 22~8시 등으로 설계됐다. 

김 연구위원은 “이 모델은 주4일제 주간 휴무 3일보다는 다소 부족하고 일반노동자의 평균 주간 휴일·휴가일수와 유사하다”면서도 “월 1일 자유로운 휴가사용이 가능토록 인력을 확보한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모델은 ‘5조3교대제+PRN(지원인력)’이다. 이 모델은 앞서 제시된 5조3교대제를 유지하면서 휴가사용을 지원하는 PRN을 통해 근무표 내 근무번 중 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김 연구위원은 “5개조 20명이 월 1회 별도 휴가를 사용할 경우 20일에 해당하는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 이 경우 5조3교대 모델보다 월평균 휴무일이 13일로 하루 더 늘고 주 평균 3일 휴무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모델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산하 某국립대병원(간호간병통합)에 적용해봤다. 이 병원 내과 3교대 근무자의 밤근무는 평균 6일이며 전일제 3명·교대제 22명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델을 시행할 경우 4명을 충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료출처=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 연구위원은 “9.2 노정합의안에 담긴 병원 간호사 인력기준 마련·교육전담 간호사제 등이 추진될 경우 주 4일제 실험 상황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 요양·대학병원 일 6시간 근무 도입 ‘성과’ 

김 연구위원은 병원 내 근무시간 단축에 성공한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완전한 주4일제 형태는 아니지만, 근무시간을 줄임으로써 종사자들 건강 향상 등 측면에서 유의한 성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예테보리시는 지난 2014년 일 6시간 근무제 실험을 계획, 2015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23개월 간 진행했다. 스바르테달렌 요양병원 간호사·간호조무사를 실험군으로 정하고, 시 내 비슷한 규모의 타 요양시설 간호사·간호조무사를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실험군은 임금을 유지한 채 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고, 신규 직원을 15명 고용했다. 실험 결과, 개선율은 ▲퇴근 후 간호사 체력 143% ▲스트레스 만족도 105% ▲근무지속 위한 만족도 59%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조군은 각각 65%, 46%, 4% 등으로 악화됐다. 
 
스웨덴 살그렌스카 대학병원 묄른달 분원 정형외과도 2015년 간호사·간호조무사·의사를 대상으로 일 6시간 근무제를 시범 적용한 후 2018년부터 이를 정착시킨 상태다. 

시범적용 전에 이곳은 직원들 병가가 잦았으며 풀타임 근무자가 많고 이직률이 매우 높았다. 인력부족으로 일부 수술실이 폐쇄되고 수술이 연기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줄이고 15명을 신규 고용한 결과,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와 효율이 증가하고 병가 사용은 대폭 줄었다. 이 병원은 현재 타 병원으로 이송했을 만한 환자를 추가 치료하고 기존 대비 20% 많은 수술과 의료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먼저 시범사업 적용··특례업종 지정 제도 폐지 우선돼야 

주4일제 시범사업 적용 대상은 하루 근무시간이 가장 긴 의료기관들이 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동시간 총량은 유지하면서 근무일수를 기존보다 줄이면 ‘집중근무’ 형태가 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이날 지정토론에서 “일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및 인력이 부족한 대다수 지방 병원에서 2교대 집중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며 “장시간 노동은 직장 내 괴롭힘과 실수를 유발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으로 주4일제가 과연 적합한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며, 도입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지방 공공병원·민간 중소병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주4일제 도입에 앞서 근로시간 특례업종 지정 제도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행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라 보건업은 근로·휴게시간 특례업종에 포함, 해당 법 상 연장 근로시간이 제한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면 주 12시간을 초과 연장근로할 수 있다. 이에 관련 종사자들의 장시간·초과 근무가 발생하는 궁극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조문숙 대한간호협회 부회장(병원간호사회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주4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중소병원에서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간호사들이 주 68시간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지정 제도부터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위원도 “주 4일제는 교대제 개선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며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동자를 고려, 보건의료분야에서는 특례업종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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