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의사 '북한, 장갑 없어 맨손으로 수술'
'환자가 약품 구매도'···서울대 부소장 '비공식 의료시장 이용경험 증가'
2021.12.14 18:41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북한에서 의료 장비가 부족해 맨손으로 수술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가 방치돼 사망하는 등 의료 상황이 열악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북한이탈주민 김성희 씨는 14일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제11회 샤이오포럼에서 "수술 도구와 장갑이 부족해서 맨손으로 환자를 수술할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술장(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임산부가 사망하거나 초음파 기기가 없어서 장애아를 발견하지 못하고 출산 후에 (장애 사실을) 알게 된다"며 "무뇌아나 구개 파열이 있는 아기가 태어났어도 설비가 좋으면 치료할 수 있는데 설비가 없으니 방치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간 김 씨는 병원에서 부족한 의약품은 환자들이 주로 장마당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병원 진료는 무료지만 약은 환자가 장마당에서 사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장마당에는 없는 약이 없고, 심지어 모르핀까지도 판매된다"고 밝혔다.
 

장마당을 통한 의약품 거래는 불법이지만, 거의 통제되지 않고 단속에 걸리더라도 관계자에게 뇌물을 주면서 거래를 지속한다고 했다.
 

그는 환자 이송용 구급차 등 적절한 교통수단이 없어 농촌에서는 소달구지를 이용하거나 트랙터를 타고 병원을 찾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상민 서울대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부소장은 북한이탈주민 대상 조사를 토대로 "장마당이나 개인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경우는 2011년에는 70%, 2019년에는 90% 정도로 비공식 의료시장 이용 경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 부소장은 "유엔 제재와 경제위기는 결국 보건의료 재정 악화를 가져오고 그러면 의료인에 대한 적절한 지불과 보상을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이로 인한 규제 약화는 결국 비공식 의료시장 확대와 자가 진단, 자가 치료 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전반적인 위기는 더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통일연구원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프랑스 파리의 샤이오 궁의 명칭을 본떠 2011년부터 북한인권 개선을 논의하는 샤이오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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