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상급종합병원 자존심 '혈투'
제5주기 지정 평가기준 공개, 2023년 8월 평가·12월 확정
2022.07.25 16:29 댓글쓰기

상급종합병원 진입은 의료기관 명예와 직결된다. 가산수가 30%를 차치하더라도 ‘최상위 의료기관’이라는 타이틀에 실린 무게감은 상당하다. 때문에 한정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새롭게 이름을 올리고 싶은 병원들이 적잖다. 최근 5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이 공개되면서 대형병원들이 혈투를 예고했다. 현재 지정돼 있는 45개 상급종합병원은 수성, 지난번 평가에서 자리를 내준 병원들은 탈환, 신규 병원이나 만년 종합병원들은 신규 진입을 노리면서 대형병원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데일리메디는 이들의 운명을 좌우할 5주기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전개될 지형도를 전망해봤다.


중증진료 높이고 경증진료 낮추고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은 고난이도·중증질환에 대한 비중은 높이고 경증환자는 1차 의료기관으로 회송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이러한 기조는 이전 평가에서도 적용됐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정립을 위해 그 비율을 더욱 까다롭게 상향 조정했다.


실제 최상위 의료기관으로서 중증환자 진료에 주력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절대평가, 상대평가, 가·감점 항목 모두에 환자 구성비율을 포함시켰다.


절대평가의 경우 전문진료 질병군 비율이 30% 이상에서 34%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고, 단순진료 질병군은 14% 이하에서 12% 이하로 더 낮아졌다.


외래환자의 경우 의원 중점 외래질환 비율 또한 11%에서 7% 이하로 크게 줄였다. 아울러 환자의뢰·회송 전담인력을 기존 3명(의료인 2명 이상)에서 6명(의료인 3명 이상)으로 확대했다.


경증환자는 의원이나 병원 등으로 돌려보내고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가동하라는 의미다.


반드시 갖춰야 하는 기준인 절대평가는 물론 상대평가에서도 환자구성 비율이 대폭 강화됐다.


기존에는 입원환자 전문진료 질병군 비율이 44% 이상인 경우 만점(10점)을 받았지만 5주기에서는 50%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 최하점인 6점도 기존 30%에서 34%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입원환자의 단순진료 질병군 비율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외래에서 경증 회송률 평가항목을 신설, 해당 항목에 가중치 5%를 설정했다.


외래환자 만점(10점) 기준도 의원 중점 외래질환 비율이 4.5% 이하에서 2.5% 이하로 낮아졌다. 최하점인 6점을 받는 기준도 11%에서 7%로 강화됐다.


가·감점 항목에도 환자구성 비율이 신설됐다. 희귀질환 비율과 중증응급질환 비율이 평가대상이다. 희귀질환 비율은 1.30% 이상, 중증응급질환 비율은 35%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는다.


코로나19 기여도 역시 새롭게 추가됐다. 물론 지역별 확진자 발생 차이를 고려해 권역별로 평가된다.


기여도 중 코로나19 중증비율은 2021년 시행된 병상 동원령 당시 병원별 참여율을 평가하게 된다. 음압격리병실은 허가병상 수 대비 1.0%를 확보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5주기 지정평가 핵심은 경증환자는 1, 2차 의료기관으로 보내고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락 가를 키워드 ‘입원전담전문의’


5주기 평가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여부다. 지난 4주기 평가에서는 예비평가 항목이었지만 이번에 정규 항목으로 편제됐다.


300병상 당 입원전담전문의 수와 더불어 입원환자전담전문의 팀 구성 여부를 평가한다. 전체 평가점수의 2% 수준을 차지한다.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입원전담전문의’는 신청 의료기관들의 명암을 가를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수준이 포함되는 것은 이미 예상됐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병원계는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실제 전국 상급종합병원 입원전담전문의 현황을 들여다보면 병원계 반발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3월 기준 상급종합병원 45개 중 35개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 중이다. 나머지 10곳은 아예 채용조차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수도권으로 한정하면 35%의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한 상급종합병원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35개 병원 중 절반이 넘는 18개 병원이 1개 병동만 운영 중이다. 전문의 2명 이하인 병원도 15곳이나 된다.


입원전담전문의 쏠림현상도 문제다. 전국 입원전담전문의 303명 중 빅5 병원 소속이 무려 145명이다. 비율로는 48%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병원들의 무더기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복지부 역시 병원계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 평가시점을 12월 이후로 적용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당초 150병상 당 입원전담전문의 수를 적용하려던 기준병상도 병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300병상으로 완화했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채용과 관련한 일선 의료기관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보다 현실성 있는 대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확대 기대감 고조


5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기관 수 확대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2012년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지정제는 1기 44개소, 2기 43개소, 3기 42개소, 4기 45개소 등 전체 기관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매 주기마다 진입과 탈락의 명암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일부 기관에 해당하는 얘기였다. 결국 한정된 자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더욱이 진료권역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은 병원들이 떨어지고 낮은 점수에도 무혈입성하는 사례도 빈번하면서 불만을 키웠다.


지역 간 의료 형평성을 위해 도입된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이 오히려 불평등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급기야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진료권역 재설정 연구에 착수했고, 기존에 10곳이던 진료권역을 20개 안팎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다만 복지부는 진료권역 재설정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지난 4주기에는 1곳만을 늘려 11곳의 진료권역을 설정했고, 45개 기관이 상급종합병원에 선정됐다.


당시 복지부가 5주기 평가에 진료권역 재설정을 예고한 만큼 이번에는 상급종합병원 명단에 큰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제주도 등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에 대한 추가 지정을 공약한 만큼 5주기 평가에는 전체 병원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연구용역 보고서에 제시된 60곳까지는 아니더라도 50곳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무작정 상급종합병원 수를 늘리기 보다 재정 소요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확대 규모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이 전무했던 제주도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제주도는 서울권역에 포함돼 상급종합병원 진입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료권역이 별도로 분리될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도 차원에서도 TFT 구성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 평가에서 고배를 마신 병원들의 재도전 여부도 관심사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은 지난 4주기 평가에서 상급종합병원 타이틀을 빼앗기는 아픔을 겪은 만큼 절치부심으로 탈환을 노릴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절대평가 7개 영역 중 2개 영역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고배를 마신 중앙보훈병원은 유근영 원장 취임과 동시에 재도전을 준비해 왔다.


이외에도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건양대학교병원,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등이 다시금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제5기 상급종합병원은 오는 2023년 6월 지정 신청 공고와 접수를 시작으로 8~11월 평가가 이뤄지고 12월 최종 명단이 확정될 예정이다. 자격 유지기간은 2024년 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3년이다.


[이 기사는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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