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면 몸을 살짝 움직입니다' 발간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휴정 교수, 자신의 치유적 경험 공유
2022.08.15 10:40 댓글쓰기

“몸에 귀 기울일수록, 마음이 선명하게 보였다. 애쓰지 않고 천천히, 나만의 움직임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허휴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마음이 힘든 이들을 위로하는 에세이 '마음이 힘들면 몸을 살짝 움직입니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작고 느릿한 몸챙김 이야기(생각속의집)'를 펴냈다고 15일 밝혔다. 


10년차 정신과 전문의인 허 교수는 이 책에서 몸과 마음의 다양한 변화들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마음과 연결된 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도 했다. 


허 교수는 에세이에서 개인적인 경험도 고백했다. 출산을 앞두고 갑자기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면서 우울과 좌절감 등 부정적인 감정에 빠졌다. 몸이 마음에 휘두른 위력은 생각보다 거세고 강력했다. 이때 찾아온 우울은 마음의 병이기보다는 움직이지 못하는 몸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는 “우리는 외부의 시선으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 탓에 정작 스스로 내 몸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며 “몸을 자기만의 감각과 움직임으로 찾아 나갈 때, 가장 편안하고 자기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의 몸의 치유적 경험을 환자들과도 공유한다는 내용을 서술했다.


그를 찾는 상당수의 환자들은 마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신체 증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예를 들어 공황장애의 경우 불안과 긴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가령 숨을 쉬기 어려운 느낌,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등으로 힘들어한다.


허 교수는 “마음에서 생겨난 원인으로 나타난 신체 증상은 내과나 외과 등 다른 과를 거쳐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상담 치료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만으로는 잘 해결되지 않았다”며 몸을 통해 드러난 증상을 마음이 아닌 몸을 통해 접근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허 교수가 환자들과 함께 한 몸 작업도 다양하게 소개됐다. 성폭행 생존자와 발바닥 감각을 느끼며 걷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모녀가 서로의 견갑골 부위에 손을 갖다 대며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날개뼈 움직임을 느끼며 살아 있음에 감동한다. 또 가정 폭력 상처로 힘들어하는 환자와는 그라운딩을 하며 몸과 바닥과의 안정감을 다진다. 


극심한 마음의 고통은 몸에도 흔적을 남겨놓곤 하지만, 우리 몸 안에는 살고자 하는 의지 또한 깃들어 있다. 바로 몸 안에 깃든 회복탄력성이다. 


허 교수는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저 뭔가를 해볼 수 있도록 따뜻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그 정도가 아닐까. 굳이 내가 무엇을 애써 하자고 강요하지 않아도, 팔을 잡아당기며 어서 일어나라 채근하지 않아도 그분들은 자기만의 힘으로 그 공간에 일어서서 움직이곤 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