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기 '최고' 대우 '최악' 대한민국 외과 미래 암울
교수·개원의·전공의 등 신구세대 답답함 호소, "고단해도 국민 생명 포기할 수 없다"
2022.10.25 06:15 댓글쓰기

[기획 상] 절체절명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대한민국 외과. 세계적 수준의 술기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처우에 지원자까지 줄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과 미래에 대한 신구세대 간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場)이 마련됐렸다. 기성세대들은 갈수록 힘겨워지는 외과의사 삶에 우려를 표했고, 젊은세대들 역시 사명감과 열정의 한계를 지적하며 암울한 현실을 개탄했다. 대학병원, 중소병원, 전문병원, 그리고 전공의까지 사연의 유형은 달랐지만 고충의 맥락은 매한가지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쉬 희망을 놓지 않았다. 여전히 고되기는 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인 ‘바이탈(vital)’을 다루는 외과의사 삶이 언젠가는 존중받는 시절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들이 동시에 대한민국 외과가 처한 난국 타개책 찾기에 나선 그 뜨거운 현장을 데일리메디가 함께 했다.


지방 외과병원이 던진 묵직한 울림


지난 10월 21일 경남 진주제일병원에서 열린 ‘외과 발전과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 열기는 뜨거웠다. 


제도권이나 수도권 대형병원도 아닌 지방의 한 종합병원이 주최한 행사였지만 주제의 무게감 만큼이나 참석자들의 집중도는 여느 학술대회 그 이상이었다.


경남지역에서 수 십년 동안 묵묵하게 ‘수술’ 외길을 걸어온 진주제일병원은 외과가 처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그동안 ‘외과 위기론’은 수 차례 언급됐지만 신구세대가 마음을 터 놓고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볼 기회는 없었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차기 이사장이 직접 행사장을 찾은 이유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당사자들의 고견을 듣고자 함이었다.


신응진 차기 이사장은 “학회나 대형병원도 아닌 지방병원이 나서 외과의 모든 직역을 한 자리에 모아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행사를 기획한 것에 놀랍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며 “다양한 직역의 고견들을 토대로 향후 학회 차원에서도 외과의 위상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주제일병원 정의철 원장은 “외과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절박함에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신구세대의 심도 있는 논의가 작금의 난국 타개에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밝은 미래를 원하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젊은세대와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함께 외과의 미래를 고민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후배들에 당당하게 외과 권하고 싶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전공의 세션이었다. 젊은세대들이 바라보는 외과,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외과의 미래상은 어떤 것인지 기성세대들은 초집중했다.


연자로 나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외과 김철중 전공의는 ‘외과 전공의로서 바라는 외과병원의 모습과 근무환경’에 대해 발표했다.


김철중 전공의는 먼저 “바이탈을 다루고 생명을 살리는 매력 때문에 외과를 선택했다”며 “몸은 고되지만 후회없는 선택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수련과정에서 겪었던 사례를 토대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짚어냈다. 


그는 “병원 간 환자 전원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상대 병원의 전원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환자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담당부서를 경유하는 구조가 아닌 외과 대 외과 간 핫라인을 개설해 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삶의 질’에 대한 소견도 밝혔다. 워라벨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 탓에 젊은의사들이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철중 전공의는 “당직, 수술,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 등 분신술이 절실한 때가 다반사”라며 “온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워라벨이 보장되는 삶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당당한 선배, 당당한 외과가 되길 희망했다.


그는 “봉직의 평균 월급이 1366만원인데 비해 외과는 1209만원으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다른 진료과목 대비 열악한 급여 수준은 후배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명감이나 열정, 보람 만으로는 후배의사들에게 외과를 권하기 힘들다”며 “힘든 일을 하는 만큼 적정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과의사 자부심, 선배들이 지켜주시길”


젊은세대 두 번째 연자로는 국립경상대병원 외과 채나영 전공의가 나서 ‘외과 전공의가 바라본 외과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채나영 전공의는 젊은의사들의 외과 기피현상 원인으로 △평생 피할 수 없는 온콜(on-call) △넉넉지 못한 삶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 등을 지목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세대갈등’을 제기했다.


그는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성세대 중에는 ‘라떼’를 소환하며 헝그리 정신을 바라는 분들이 많다”며 “MZ세대에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애들은 열정도, 낭만도 없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외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근무환경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젊은세대들이 당직과 응급이 싫어 외과를 기피한다면 그 업무를 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나영 전공의는 “의무감과 헌신으로만 유지되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며 “젊은세대는 열정으로 포장된 삶보다 워라벨이 보장된 삶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무 여건이 좋아지면 젊은의사들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외과의사 자부심을 선배들이 지켜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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