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대한민국 외과 현실, 희망으로 바뀔 수 있나
‘새로운 외과 미래’ 첫 담론 마련 진주제일병원 정의철 원장
2022.11.02 06:07 댓글쓰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외과 선후배들이 최근 절박한 회합을 가졌다. 기성세대들과 젊은세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 외과의 미래를 가늠해 보고 작금의 난국을 타개할 묘책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울림의 진원지는 제도권이나 수도권 대형병원도 아닌 지방의 한 종합병원이었다. 경남지역에서 수 십년 동안 묵묵하게 ‘수술’ 외길을 걷고 있는 진주제일병원이 ‘외과 발전과 새로운 미래’라는 제하의 공모전과 심포지엄을 동시에 진행했다. 공모전은 젊은의사들이 원하는 외과의사 삶은 무엇이고, 그들이 희망하는 제도 변화를 가늠해 보기 위해 기획됐다. 아울러 공모전을 통해 취합된 여러 의견을 토대로 외과 선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외과의 미래를 고민해 보는 심포지엄도 마련했다. 진주제일병원 정의철 원장은 ‘절박함’이란 한 마디로 행사 기획 취지를 전했다.


Q. 어떤 심정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나

고되고 힘들지라도 외과의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반드시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버리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개선은 커녕 갈수록 왜곡되고 어려워져 이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외과를 전공하려는 의사는 급감하고 기존 의사들도 타 진료 분야로 이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기대할 곳조차 없다는 처절한 심정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세상 변화에 따라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도 확연히 달라졌다.


이에 후배들이 역량을 펼칠 외과의 미래 환경 조성을 위한 비전 공유와 더불어 외과병원의 방향성을 모색해야겠다는 절박함으로 심포지엄을 기획했다.


동일한 문제를 놓고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길을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Q.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소회는

절박함과 막연함에 시작은 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포지엄 결과와 효과에 대해 많은 걱정이 들었다.


선‧후배, 동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호응해 줄지 우려스러웠다. 지방의 작은 병원이 ‘외과의 미래’라는 담론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하지만 여러 외과의사들의 다양하고 진솔한 발표를 들으면서 감동도 받고 희망도 보았다. 앞서 진행한 공모전 열기도 뜨거웠다.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모두 여전히 ‘외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상당하고,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한 게 큰 성과다.


계속 용기를 잃지 않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였다.


Q. 외과, 그리고 외과병원들이 처한 작금의 상황을 진단한다면

외과 의료체계는 붕괴된지 오래다. 수술하는 외과의사의 절대 부족이 현실이 됐고, 여러 이유로 지방까지 내려와 함께 일할 외과의사를 찾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 돼 버렸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수와 여가를 제시하지 않고는 아예 접근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응급수술 가능체계 포기를 고민해야할 정도이다.


무엇보다 사명감으로 무장돼야 할 외과의사들이 생존을 위해 비만 등 타 진료 분야로 이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가장 우려스럽다. 쉽게 말해 ‘미래가 없다’는 얘기 아니겠나.


Q. 최근 ‘필수의료’가 화두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 필수의료체계가 있기는 한가. 그럼에도 위정자들은 아직 제대로 현실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필수의료 논의 초기 외과가 빠져 있었는가 하면 아직도 의사 수를 더 늘리면 해결된다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외과 없이 필수의료를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특히 워라밸이 더 중요한 젊은의사들 사고에 부합하는 정책을 준비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외과’에 대한 선후배 열정 확인 고무적”

“정부 필수의료 논의에 외과가 빠진 아이러니한 실정 답답”

“젊은의사들 워라벨 존중, 다만 사명감도 가져졌으면 하는 바람”


Q. 필수의료와 관련해 어떤 묘책이 있겠나

필수의료의 영역 논쟁과 보험수가의 과별 분배 방식으로는 해결책이 요원하다. 먼저 꼭 필요한 응급수술과 응급진료를 선별해 진료과 구분 없이 수가 재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진료와 수술이 24시간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진료과목이 아닌 진정 필요한 수술과 응급의료 등에 지원과 투자가 집중돼야 한다.


이런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상징적인 출발이 되고, 미래 기대치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Q. 가장 절실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책은 무엇인가

지역병원들이 생존에 대한 걱정 없이 필수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수가를 현실화 시켜줘야 한다. 상대가치점수 조정이든 별도 기금 마련이든 방법은 무방하다.


뿐만 아니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의료분쟁 부담에 수술하려는 의사는 점점 더 줄어들게 명확하고 특히 지방은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흔한 일이라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이런 응급수술을 수행해줄 병원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Q. 의료진 처우와 경영수지 균형추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주말 야간에 십이지장 궤양 천공 환자 2명이 같은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아침까지 이어졌고 한 집도의는 고스란히 일요일을 헌납했고, 또 다른 집도의는 잠 한 숨 못잔채로 월요일 외래진료를 수행했다.


병원에서는 이들 의사에게 과거와는 다른 혜택을 제공해야 시스템 유지가 가능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많은 당직비와 놓쳐버린 휴식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일을 나눌 의사가 없고 보상해줄 당직비는 병원에 입금되는 보험수가를 보면 더 주기도 힘드니 많은 병원과 외과의사는 포기의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


Q. 외과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물로 워라벨도 중요하지만 ‘외과의사’라는 직업적 사명감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더 깊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 


학회나 정부도 수술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수가나 제도에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연스레 워라벨도 지켜지고, 외과 지원자도 늘어날 수 있다.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될 때 선택하는 용기는 미래의 희망으로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외과의사’의 사명감과 현실적인 만족감 모두 가질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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