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반짝 관심 중환자실···한계점 임박 재위기
세종충남대병원 문재영 교수 "병상‧인력 등 인프라 절대 부족" 지적
2022.12.17 06:12 댓글쓰기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병상동원령’ 발동의 진원지였던 중환자실이 여전히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당시에 집중됐던 세간의 관심이 식으면서 다시금 원상태로 되돌아 간 탓이다.


생사의 고비에 처한 중환자들이 의료진의 집중치료를 통해 소생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시설이지만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에 일선 병원들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문재영 교수는 16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7회 국가생명윤리포럼’에서 국내 중환자실이 처한 현실을 전했다.


‘중환자실에서 겪는 의료자원 분배의 현실’이라는 제하로 발표에 나선 문 교수는 제도의 무관심 속에 국내 중환자실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그에 따르면 국내 중환자실 전체 병상은 1만1073개로, 이중 격리 및 음압이 가능한 병상은 전체의 7%인 769개에 불과하다.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만 놓고 보면 2%(258개) 밖에 되지 않는다.


중환자실 이용 환자는 2005년 20만3929명에서 2016년 31만1614명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병상수는 2005년 1만2723개에서 매년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전국 중환자실은 늘 포화상태이고,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중환자실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명령까지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 중환자실 문제가 공론화 됐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세간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일선 병원들도 법정비율인 병상 대비 5% 기준을 지키는데 급급했다.


이러한 상황은 다름아닌 ‘돈’ 때문이다. 환자를 받을수록 적자가 나는 중환자실의 보상체계로 인해 병원들 입장에서는 애물단지다.


중환자실은 일반병실 대비 투입되는 인원이 많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크고, 면적도 일반병실 보다 1.5배 넓어야 한다. 중앙공급식 의료가스와 음압격리실 등 비싼 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밝힌 중환자 1명 당 입원료 원가 대비 건강보험 수가 비율은 78.7%였다. 중환자 치료에 100만원이 든다면 병원이 21만3000원을 손해 본다는 얘기다. 


병원들은 이것도 과소평가라고 주장한다. 대한병원협회가 계산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병상 1개당 연간 적자는 1억7900만원이었다.


중환자실 병상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력도 심각한 상황이다.


문재영 교수에 따르면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를 받는 의료기관 중 전담전문의 수를 충족하는 비율은 56.7%에 불과하다. 


특히 전일제 형태로 전담의를 운영 중인 상급종합병원은 44.3%, 종합병원 27.1%였다.


간호사 역시 적정성 평가 1등급 기준에 못미치는 비율이 75.9%였다. 그만큼 기존 의료인력의 업무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환자실 간호사의 30~50%는 경력 1년 미만 신규 인력이다. 이마저도 중환자실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인력 자체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재영 교수는 “단순히 중환자실 부족과 의료진 격무를 읍소하고자 함이 아니다”라며 “국민 생명권 보호과 직결된 만큼 사회적 합의에 의한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