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의 확진자를 발생하며 5달 이상 지속되는 등 장기화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종식을 예측할 수 없게 되자 국내 각종 의료학회 등은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을 경우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의료진이 참고할 수 있는 진료지침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고혈압학회와 암학회, 뇌졸중학회 등에서 발표한 기저질환을 앓던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을 때 단계별로 진료 시 유의해야 할 부분이나 수술 시 참고 사항 등이 담긴 진료 지침에 대해 알아봤다.
대한암학회(이사장 정현철)와 국립암센터(원장 이은숙)는 최근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상황에 기반한 암환자 진료에 대해 의료인을 대상으로 권고사항을 공동 발표했다.
대한암학회와 국립암센터는 "중증환자 가운데 사망률이 높고 일반인에 비해 면역기능이 저하된 암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치료하는 종양 전문의가 참고할 수 있는 지침 필요성이 대두돼 이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총 21명의 다학제 종양 전문의가 집필진으로 참여했는데 대한암학회와 국립암센터는 각각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초안을 꾸리고 두 차례의 화상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아울러 대구경북 지역 전문의 의견 검토를 통해 감염유행의 강도에 따른 진료지침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권고사항은 국내 의료 현장에서 적용을 위한 내용으로 현 코로나19 상황에 기반한 ▲암환자 진료에 대한 일반적 권고사항 ▲암환자의 수술에 대한 권고사항 ▲암환자의 항암치료에 대한 권고사항 ▲암환자의 방사선 치료에 대한 권고사항 ▲소아청소년암환자의 진료에 대한 권고사항 등 총 7개로 구성됐다.
권고사항은 코로나19 증상 등을 환자에게 알리고 적절한 손 씻기 등 위생을 강조하며 대중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암환자가 코로나19로 확진됐을 경우 비응급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진행 중인 암치료는 중단하고 코로나19 치료를 선행하는 것에 대해 의료진은 상의해봐야 하며 치료가 선행돼야 할 경우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입원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현철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외국의 많은 암 학회와 기관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암환자를 진료하는 지침 등을 공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권고사항이 없었다”며 “종양 전문의가 참고할 수 있는 권고사항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절감하고 제작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현 코로나19 상황에 기반한 암환자의 치료 및 암검진 관련 사항까지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에 관해 의료기관 현장에서 참고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해당 권고사항이 일선 의료기관에서 진료하시는 종양 전문의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뇌졸중학회 “확진자 6% 뇌졸중, 급성기 뇌졸중 환자 의료공백 최소화해야”
대한뇌졸중학회(이하 뇌졸중학회)도 최근 코로나19 환자에서 뇌졸중이 발생할 시 진료지침 권고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심근염 등 심장 기능 저하를 유발해 심장에서 만들어진 색전이 뇌혈관을 막거나, 바이러스에 의해 혈액 응고가 항진돼 만들어진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중 6%에서 뇌졸중이 발생했다고 보고됐으며 발생 시점은 코로나19 증상 발생 후 중앙값 10일째였다.
이에 뇌졸중학회는 코로나19 환자에게 뇌졸중이 발생했을 시 진료지침 권고안인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병원 내 및 지역사회 급성뇌졸중 환자 대응 및 진료에 관한 의학적 권고’를 제시했다.
뇌졸중학회는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지역 의료기관이 폐쇄됐을 경우 급성 뇌졸중 환자들의 적절한 뇌졸중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 대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뇌졸중학회는 진료 시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신경학적 검진 및 NIHSS (NIH Stroke Scale, 뇌졸중 초기 신경학적 결손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 평가를 위한 밀접 접촉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맥 내 혈전 용해제 투여 후 환자의 신경학적 상태, 혈압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음압 병상 혹은 격리 시설을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각 뇌졸중센터의 물리적 상황을 고려해 개별 센터의 지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뇌졸중학회 권순억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은 "이번 권고안은 코로나19의 역학, 치료, 감염관리 등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진료지침을 제시했다”며 “일선 의료현장에서 뇌졸중을 치료하는 의료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회는 권고안과 함께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 또는 감염 우려가 있는 뇌졸중 환자 치료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 방법’을 함께 조언했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부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현재 대부분의 국내 의료 기관은 코로나19 환자와 관련한 선별 진료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개별 뇌졸중센터에서 뇌졸중 환자를 위한 별도의 코로나19 의심 환자 진단 및 분류 체계를 가동하기보다, 각 병원의 선별진료소 또는 안심진료소에서 먼저 뇌졸중 의심 환자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 12일 대한뇌졸중학회 학회지 'Journal of Stroke'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폐암 수술치료 아시아 진료지침 공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는 지난 5월 4일 생중계 된 미국흉부외과학회 정상회의(글로벌 서미트)에서 전 세계 흉부외과의사들에게 ‘COVID-19 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폐암 수술치료에 대한 아시아 표준 진료지침’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세계 각국이 시간차를 두고 COVID-19 대유행을 맞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먼저 겪은 한국 및 아시아 국가들의 의료진이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대응 방법을 공유하는 등 방역에 힘을 보태는 공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 교수 또한 아시아 국가들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처하며 축적한 정보와 경험을 세계 의료인들과 나누고자 COVID-19 기간 중 폐암 수술 시 가이드라인을 담은 아시아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 교수가 발표한 'COVID-19 기간 중 폐암 수술 시 가이드라인을 담은 아시아 표준 진료지침'은 전 교수가 아시아 주요 10개국 흉부외과 의사 26명을 전문가 패널로 구성해 코로나19 관련 각국의 상황을 정리하고 공유했으며, 델파이 기법을 통해 패널 의견을 모았다.
델파이 기법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취합, 공유해 결론을 도출하는 의사결정법을 뜻한다.
진료지침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권장되는 폐암 수술치료 방법 및 자제가 요구되는 고위험 시술, 환자 관리 등 폐암 수술에 필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전상훈 교수가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ASCVTS, Asian Society for Cardiovascular and Thoracic Surgery)의 컨센서스 스테이트먼트(합의 성명)로 발표됐다.
또한, 지난 5월 4일 개최된 ‘Global Summit on Reactivating Cardiothoracic Surgery Programs’ 글로벌 웹 세미나에서는 전 교수가 아시아 대표자로 참여해 미국, 유럽 심장혈관흉부외과 분야의 학회 수장들과 이를 공유했다.
전 교수는 한국과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 경험, 2차 확산 피해 최소화 전략,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일반 중증 질환자 치료전략 등을 제안해 각국 전문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상훈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국가 의료진들은 이미 사스, 메르스를 경험하며 전염병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왔다”며 “이러한 체계를 바탕으로 코로나19를 대응하며 쌓은 진료경험을 공유해 신속한 흉부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