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당뇨병은 작금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치명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기저질환으로 꼽힌다. 실제로 기저질환을 가진 사망자 3명 중 2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8년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 수는 500만명으로 추정됐다. 2014년 480만명, 2010년 320만명, 2013년 400만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중 주의도가 높아진 당뇨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생활습관 관련 최신 연구 결과물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여성의 모유수유가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산모의 10% 이상이 임신성 당뇨병에 걸리고, 그중 절반 이상은 출산 후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또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당뇨병 발병률이 더 높다.
모유 수유는 그동안 산모와 아기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다양한 이로운 효과가 있고 특히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기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모유 수유가 산모의 당뇨 발병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모유 수유가 아기 건강 뿐 아니라 산모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장학철 교수와 카이스트 의과대학원 김하일 교수 공동연구팀은 모유 수유가 산모 췌장에 존재하는 베타세포를 건강하게 만들어 출산 후 당뇨병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최근 규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 Medicin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이 174명의 임신성 당뇨병 산모들을 출산 후 3년 이상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유했던 산모들은 수유하지 않은 산모들에 비해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개선되고 혈당 수치가 20㎎/㎗ 정도 낮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췌장 베타세포는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한다.
연구팀이 추정하는 기전은 이렇다. 모유 수유 중인 산모 뇌하수체는 모유 생산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을 활발히 분비한다.
프로락틴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를 자극한다. 이 때 합성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베타세포 증식을 유발해 그 양을 증가시키고 베타세포 내부 유해물질인 ‘활성산소’를 제거, 산모의 베타세포를 보다 건강한 상태로 만든다. 모유 수유가 산모의 베타세포를 다양한 대사적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카이스트 김하일 교수는 “모유 수유에 의한 베타세포 기능 향상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당뇨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장학철 교수도 “모유 수유가 지닌 효과는 장기간 지속돼 수유가 끝난 후에라도 장기적으로는 당뇨병 예방 효과를 가진다”고 밝혔다.
남성의 경우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음주 습관을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는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인 약 43만명을 분석한 결과, 당뇨병 발병에 술이 관련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5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제2형 당뇨를 앓는 7만7418명과 정상군(35만6122명) 등 43만3540명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당뇨병 유전요인과 특성을 규명했다.
한국 약 9만8000명, 중국 9만6000명, 일본 약 19만명이 참여했다.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으로 구분된다. 해당 연구는 동아시아인 대상 연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기존에 보고된 서양인 최대 규모의 연구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제2형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주는 61개 신규 유전 요인을 찾았다. 특히 알코올(술)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알데히드 분해요소2(ALDH2) 유전자가 남성에게만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1형 당뇨병이 췌장에서 인슐린 자체가 분비되지 않는 걸 뜻한다면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는 되지만 양이 부족하거나 효과가 거의 없는 상태 즉,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발생한다. 대다수 당뇨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ALDH2 유전자는 남성인 경우에만 당뇨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여성인 경우에는 당뇨병에 영향이 없었다”며 “남성에서 빈도가 높은 음주 등 생활습관과 상호 작용해서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눈 발달 등에 역할하는 유전자인 SIX3는 동아시아인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유전체연구의 약 80%는 서양인 중심으로 수행돼 동아시아인에 적용하는 경우 당뇨 등 질병 예측의 정확도가 50% 수준까지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국립보건연구원이 보유한 인구집단 코호트(동일집단) 약 10만명에게 적용했더니 유전적으로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상위 5%는 나머지 일반인보다 당뇨 발병 위험이 약 3배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개인 유전체와 생활 습관 등을 분석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기반 정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뇨관심 높아지지만 정확한 정보는 부족, 단음식·잡곡밥 섭취 오해"
당뇨병 자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잘못된 인식은 아직도 많은 실정이다. 자칫 그릇된 정보 등으로 애써 노력한 생활습관이 ‘헛수고’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단 것을 줄이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은 단 것을 많이 먹어 생긴 질병이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이는 사리가 다르다.
홍준화 대전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단음식이 당뇨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생명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한 연료 역할을 하는 것이 포도당, 즉 혈당이다.
음식물로부터 흡수한 포도당은 혈액을 타고 이동해 생명에 필요한 근육, 지방, 뇌 등 중요한 장기로 보내지는데 이때 중요한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 바로 인슐린이다. 이 같은 인슐린 작용이 감소하거나 부족하면 당뇨가 발생한다. 이처럼 혈당은 우리의 적(敵)이 아니고 꼭 필요한 에너지이란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당뇨와 ‘단것’에 대한 또 다른 대표적인 오해가 ‘당뇨환자는 절대 설탕이나 당분을 먹으면 안 된다’는 이론이다.
홍 교수는 “설탕과 당분은 혈당치를 높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먹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날 식단 내에서 당분의 양을 조절하면 안전하게 설탕을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당뇨환자에게 절대적으로 제한해야 하는 음식은 지방이 많이 들어간 갈비, 삼겹살, 소시지 등이다. 이런 음식은 적은 양에 비해 높은 열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잡곡밥’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 교수는 “잡곡밥이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도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라며 “실제로는 쌀밥이나 보리밥이나 뱃속에서 소화되고 나면 열량과 작용에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혼식은 과식을 줄이고 여러 섬유질과 약간의 비타민이 조금 더 들어 있어 백미보다 권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별히 보리밥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맛없는 보리밥을 마지못해 먹는 것보다는 쌀밥을 맛있게 지어 적당량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