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전세계 심장 전문의들은 심장의 가장 중요한 혈관인 좌주간부에 병변이 생기면 환자 가슴을 열어 수술을 할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간단한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넓힐 것인지에 대해 오랜기간 의학적 논쟁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좌주간부질환(Left Main Disease) 환자의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 우회수술 예후를 10년간 장기 비교한 결과, 심뇌혈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및 사망률에서 두 치료군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사진 左]·박덕우[中]·안정민 교수[右]팀은 "10년 장기추적 결과, 관상동맥질환 중 가장 고위험군인 좌주간부질환에서 스텐트 치료를 잘하면 10년이 지나도 과거 표준치료였던 관상동맥 우회수술에 비해 전혀 뒤쳐지지 않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고 31일 밝혔다.
해당 연구는 박승정 교수 연구팀이 2011년 NEJM에 발표했던 '좌주간부질환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 우회수술 비교 PRECOMBAT Trial(Premier of Randomized Comparison of Bypass Surgery versus Angioplasty Using Sirolimus-Eluting Stent in Patient with Left Main Coronary Artery Disease)'의 장기추적 연구 결과다.
당시에는 2년 추적 결과를 분석했지만 이번에는 동일 환자군을 10년간 장기간 추적했다. 환자 예후를 가장 오랜기간 관찰한 최초의 연구다.
연구팀은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 13개 주요 대학병원에 등록된 좌주간부 질환자 1454명을 스크리닝 후 무작위로 300명의 스텐트 시술군과 300명의 수술 치료군을 배정, 시술과 수술 결과를 장기간 비교했다.
좌주간부 스텐트 시술 효과와 안정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시술자의 주관적인 선택과 기준이 배제된 무작위 비교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시술 및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이나 심근경색 혹은 뇌졸중 발생비율은 스텐트 시술군에서 18.2%, 수술 치료군에서 17.5%였다. 고령 등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비율은 스텐트 시술군에서 14.5%, 수술 치료군에서 13.8%로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치료군의 시술 당시 평균 나이는 62.3세였으며, 76.5%는 남성이었다. 추적기간은 평균 11.3년이었으며, 관상동맥질환의 복합성을 파악해 스텐트 시술과 우회수술 판단을 돕게 하는 ‘신텍스 스코어’도 두 치료군의 분포도가 비슷해 연구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좌주간부질환 치료법과 예후에 대한 논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심장 전문의들의 가장 큰 이슈였다"면서 "이번 연구로 스텐트 시술의 장기적인 효과를 다시 한 번 입증했으며 환자가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개흉수술이 위험한 경우에는 스텐트 시술이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고 연구 의미를 부여했다.
1990년대 중반 좌주간부 스텐트 시술을 국내 처음 도입한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팀은 지난 20년 동안 이 분야 선두그룹으로, 10년간 장기 추적한 이번 연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좌주간부질환 스텐트 시술이 표준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지속적으로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심장분야의 대표격 학회는 미국심장학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임상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로 채택돼 박덕우 교수가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취소돼 3월 30일 온라인 미국심장학회중계(Virtual ACC)로 발표됐다.
이와 함께 심장 분야 가장 권위있는 저널인 써큘레이션(Circulation, I.F.=23.054)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