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돼 혈관이 좁아지는 질병(죽상경화)을 앓고 있는 환자 절반이 대장암 진행 가능성이 높은 대장선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많은 남성일수록 두 질환을 동시에 가질 확률이 커져 중장년 남성의 혈관과 장(腸)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경동맥초음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40세 이상 성인 4871명의 검진결과를 분석했다.
죽상경화는 콜레스테롤이 동맥혈관 벽에 침착되면서 혈관 안쪽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통로가 좁아지는 질환인데, 경동맥 초음파 검사에서 혈관 내벽(내중막) 두께가 1mm 이상이거나 혈관 안에 콜레스테롤이 뭉친 덩어리인 죽상경화반이 발견되면 죽상경화로 진단된다.
이번 연구에서 죽상경화를 앓는 사람 중 50.1%가 대장선종을 갖고 있던 반면, 정상인에서는 대장선종이 발견된 비율이 37.8%에 그치면서, 죽상경화와 대장선종 발생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특히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죽상경화와 대장선종 발생이 많았다.
죽상경화와 대장선종을 모두 진단받은 환자를 연령별로 따져보면 △40대 5.9% △50대 12.5% △60대 이상 26.0%로, 나이가 들면서 두 질환이 함께 발병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성별에 따른 질환별 양상 차이도 두드러졌는데, 남성은 36.9%가 동맥혈관 내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 죽상경화 진단을 받았지만 여성은 18.7%만 그에 해당됐다.
대장선종도 남성은 50.0%가 가진 반면, 여성은 32.1%에 그쳤다.
이는 나이 들수록 혈관 내벽에 침전물이 쌓일 가능성이 높은 데다, 남성의 경우 고지방‧저열량 섭취,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혈관과 장 건강에 안 좋은 생활습관을 여성보다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로 인해 혈관 통로가 좁아져 있다는 소견을 받은 사람이라면 대장선종도 의심해볼 수 있다.
대장암 전 단계인 선종은 복통, 설사 변비, 혈변 등과 같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놓치기 쉬운데 이를 조기 발견해 내시경으로 절제하면 대장암 예방이 가능하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고연령 남성일수록 죽상경화와 대장선종을 함께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50세 이상 남성은 건강검진 때 혈관초음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같이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이어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잦은 음주와 흡연 습관은 죽상경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장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며 “되도록 염분과 칼로리는 적고 식이섬유는 풍부한 식사를 하고 금연과 금주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