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논문’과 ‘저자’다. 논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일들로 사회의 공정성과 교육의 평등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곧 대학입시 제도의 재검토와 공정성 방안 강화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전주홍 교수가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과학 논문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과학 연구의 최종 산물인 논문이라는 창으로 과학 연구의 현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본다. 과학 논문이 무엇인지 이해함으로써 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소양이 필요한 지 성찰을 담고 있다.
전 교수는 “오늘날 과학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실험실 현장의 모습이 어떤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과학 수준은 절대 과학자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으므로 과학자의 양성은 과학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문제다.
그는 “무한 경쟁과 성과 중심의 틀 속에서는 과학자 양성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과학자 교육과 연구 문화가 그런 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양적 규모와 성과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경쟁력은 정체되고 있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논문이라는 창으로 과학의 현실을 조망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논문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논문은 왜 그렇게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이야기 한다. 과학자에게 과학 논문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가치, 의미, 우연, 재구성과 같은 비과학적 개념이 실제 과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덧붙였다.
과학 논문이라는 진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 책은 지루하거나 낯설지가 않다. 부제인 ‘과학 논문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논문과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는 한 편의 과학사다.
노벨상과 관련한 논문 이야기는 더없이 흥미진진하고, 전통적인 학술지 <철학회보>를 비롯해 영향력 있는 <사이언스>, <네이처>에 얽힌 이야기는 지식의 역사다. 이 모두가 과학 교양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