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지난 2015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노출 의료기관 명단 공개가 환자 확산을 방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부가 메르스를 통제하는 기능까지 발휘됐다는 사실이 공개돼, 향후 이와 유사한 감염병 발생시 노출된 병원명 공개에 근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노진원 단국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박기수 고려의대 환경의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염병 예방 및 통제에 대한 정보공개 정책 효과: 대한민국의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중심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는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2015년 5월 20일부터 환자 발생이 종료된 7월 5일까지의 일별 환자 발생 및 격리자 현황(보건복지부 통계)을 Segmented Regression(정책 실행 전후의 효과를 시계열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기 위한 통계방법)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메르스 노출 병원명을 공개한 6월 7일 이후 환자 발생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메르스 발생 18일 만에 확진 환자가 발생한 6곳과 경유한 18곳 등 24곳의 병원 이름을 전면 공개했다.
이는 메르스 노출 병원명 공개가 메르스 환자의 추가 발생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판단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계는 정부가 메르스에 노출된 병원명을 공개하는 것은 관련 병원들에 대해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박기수 교수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는 단순히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을 넘어 감염병 자체의 확산을 방지하고 통제하는 기능까지 있는 것으로 규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공개와 관련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정책이 역학적 방역 수단과 동일하게 감염병 통제 및 예방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내 연구에서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유사한 감염병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보건당국과 관련 기관이 정보를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감염병 통제 및 확산방지에 기여한다는 증거 기반 정책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메르스 여파로 인해 당시 사회경제적 피해규모는 20조원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가 국민 건강 피해 축소와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당시 정부가 공개한 의료기관은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여의도성모병원, 365서울열린의원, 하나로의원(서울 중구), 윤창옥내과의원(서울 중구), 성모가정의학과의원(서울 성동구), 평택굿모닝병원, 평택푸른의원, 평택 365연합의원, 평택 박애병원, 평택 연세허브가정의학과, 수원 가톨릭성빈센트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부천 메디홀스의원, 가톨릭대부천성모병원, 오산한국병원, 보령 삼육오연합의원, 천안 단국대의대부속병원, 아산서울의원, 대전 건양대병원, 대전 대청병원, 순창 최선영내과의원 등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및 공중보건 연구와 관련된 온라인 과학 학술지 IJERPH 2020년 최신호 1월 1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