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전공의 감축, 응급실 평가제도 등 대내외적인 변화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응급신경학 전문의에 대한 명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9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 신경과 정책포럼 세션에서 국내 응급신경학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발표와 논의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성은 아주대 응급의학교실 조교수(신경과 전문의)는 “유럽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응급신경학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며 ”한국은 조금 늦은 측면이 있다”고 운을 뗐다.
실제 병원 응급실을 찾아오는 환자들 중 신경과 환자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아주대의 경우에도 중증응급환자 중 신경과 환자가 내과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이 같은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교수는 “유럽 논문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 대한 진단이 신경과 전문의 진단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응급실에서 받은 최초 진단이 추후 신경과 전문의 진단으로 바뀐 비율은 50% 이상이었으며 이 외에도 응급실에 신경과 전문의가 있을 경우 환자의 응급실 체류 시간 등도 줄었다.
내부 진료 질 제고 차원에 더해 전공의 감축, 전공의특별법 등에 따른 인력 부족과 특진비 폐지 후 도입된 응급실 평가제도 도입 등의 대외적인 변화도 응급실에서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한 요인이다.
이어 강지훈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응급실에서 신경과 전문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음에 공감하면서 응급신경학 분야의 원격의료 및 집중화·전문화 전략을 활용 중인 해외사례들에 대한 벤치마킹을 제안했다.
미국 켄터키와 프랑스의 프랑슈콩테라는 지역에서는 원격의료를 통해 응급실에서의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었으며, 이탈리아, 덴마크 등에서는 응급실 내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환자 이송 등을 통한 집중화·전문화 방향을 택하고 있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응급실에서 신경과 전문의로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응급실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최준용 교수는 “현재 일하고 있는 병원은 전공의가 한 명뿐이라 사실상 전공의 때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역할 범위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성은 교수도 “응급의학과 소속으로 있으면서 신경과에 요청이 와서 신경과 일을 도울 때는 어쩔 수 없이 눈치가 보인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외에도 응급실에 신경과 전문의가 있을 경우, 전공의가 응급실 환자들을 상대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도 나왔다.
정진상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은 “발표자와 패널로 참여한 의사들이 신경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귀한 씨를 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응급신경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