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 기준에 대한 논의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학계 입장이 처음으로 공개돼 귀추가 주목된다
.
다만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은 물론 현행 공정경쟁규약에 명시돼 있는 기준보다 훨씬 완화된 수준인 만큼 수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한의학회 은백린 학술진흥이사[
사진 左]는
11일 열린 제
18차 회원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공정경쟁규약에서의 학회 운영의 바람직한 영향
’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학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
은백린 이사는 “과도한 규제는 학술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의학발전과 환자치료라는 큰 목표를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제약회사의 의학 학술대회 지원이 리베이트라는 인식에 따라 관련 규정과 기준이 대폭 강화된 탓에 학회들은 국내학술대회 대비 문턱이 낮은 국제학회로의 전환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서 정부는 국제학술대회 기준도 상향 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한 기준은 ▲5개국 이상 외국인 참가 ▲참가자 300인 이상이면서 이 중 외국인 100명 이상 참석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반면 공정경쟁규약에서는 5개국 이상에서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참석하거나 회의참가자 중 외국인이 150인 이상이고 2일 이상 진행’하면 국제학술대회로 인정하고 있다.
권익위 권고와 공정경쟁규약 기준이 달라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국제학술대회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은백린 학술진흥이사는 국제학술대회 인정기준을 외국인 참가자 5개국 이상, 참가자 50명 이상 충족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수 인정기준에 발표자까지 포함시키고, 부스‧광고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잉여금에 대해서는 차기대회 준비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영어강의 비중, 연제발표, 연간 신청건수, 등록비 유무, 경고 누적에 대한 패널티 부여 등의 보완적 수단을 통한 학회 질 관리가 필요하다는 방안도 내놨다.
특히 의학계 차원에서도 경비 절감과 사업자 부담이 크지 않도록 과도한 기부요청을 자제하는 등 자율적인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은백린 이사는 “한국의료가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인의 노력도 있지만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의 후원도 큰 몫을 담당했음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발전은 결코 의학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며 “돈만 개입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보다 이제는 선진국 수준의 성숙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백린 이사와 함께 주제발표에 나선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대표변호사[
사진 右] 역시 학술대회 지원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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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는 “학술대회 지원은 판매 촉진이 아닌 학술 및 연구활동 장려인 만큼 공익적 가치가 크다”며 “이는 규제가 아닌 장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학회 등에서 지나친 규제로 학술대회 운영에 고충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의학계에 불고 있는 국제학술대회 표방 열풍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학술대회에 대한 규제와 제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동시에 학회들은 지원금 사용내역 공개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정상적인 학술활동 지원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 조속하게 국제학술대회 기준 재설정 작업을 마무리 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윤병철 약무정책과장은 “권익위 권고 이후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만큼 국제학술대회 인정기준 재설정 논의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업계, 의료기기업계, 각 직역단체 등과 논의를 통해 새로운 인정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자체 규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외부통제가 불가피한 만큼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