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 사용 확대를 선언한 가운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리도카인과 같은 국소마취제는 소량으로도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한의사가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14일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료법을 무시하고 전문의약품을 이용해서 마취와 같은 고위험 의료행위를 시행하겠다고 주장하는 한의협의 비윤리적인 주장을 규탄한다”며 “마취 시술을 시행하는 한의사가 있으면 당장 중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학회는 “리도카인과 같은 국소마취제는 문신을 위해 단순 도포한 경우에도 사망한 예가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매우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비전문가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리도카인과 같은 국소마취제는 단순히 통증을 경감을 시키는 일반 진통제와는 달리 신경흥분을 차단한다. 뇌신경계, 심장전도계도 차단되기 때문에 부정맥과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전문의들도 부정맥 치료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한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학회에 따르면 실제로 리도카인 투여로 인한 사망, 뇌손상, 심정지 등의 사고로 인한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학회는 “리도카인 투여 후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진정제, 신경근차단제 등의 투여 및 기도유지, 기관내삽관 같은 신속한 전문의약품의 투여와 의료기술이 필요하다”며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할 경우 환자를 뇌손상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의 발단이 된 2017년 한의사 리도카인 투여 사건에서도 불과 1cc의 리도카인과 약침액을 혼합 경부에 주사한 것으로 부작용이 발생해서 환자가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취’라는 의료행위는 현대의학의 생리학적 최신 지식을 이용한 고난도, 고위험 의료행위”라며 “‘대학교육 및 보수교육을 통해 마취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기 때문에 한의사도 마취를 할 수 있다’와 같은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리도카인 마취는 한방치료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의료행위라는 것이 학회 입장이다.
현행 의료법은 한방 의료행위를 목적으로 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용인한다. 한방 의료행위란 한방원리로 입증된 치료법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한방원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반의료행위란 것이다.
학회는 “한의협은 리도카인을 사용하려는 이유가 한방치료의 통증경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교감신경차단이나 통증유발점 차단과 같은 의학적 치료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 리도카인을 사용하려는 이유가 한방치료에서의 통증경감이라 할지라도 굳이 리도카인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한의학에서는 이미 섬수(두꺼비의 분비물을 모은 것)라는 약을 이용해 국소마취를 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과 협진할 수도 있다는 한의협 입장에 관해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소속 전문의들이 한의사와 협진해 전신마취를 시행하는 것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