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가 혈관 외벽도 공격한다' 최초 규명
표준과학연구원 '혈관 안쪽에 집중된 진단·치료법 변화 필요'
2019.08.21 18:23 댓글쓰기
동맥경화성 혈관 외벽을 이미징한 결과
동맥경화성 혈관 외벽을 이미징한 결과동맥경화 플라크(plaque)에 인접한 혈관 외벽(왼쪽)은 콜라겐(보라색)이 확장해 섬유화했다. 비정상적인 지방 모양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동맥경화 플라크가 없는 혈관 외벽(오른쪽)은 정상적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동맥경화 환자 연구를 통해 혈관 외벽 악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세화 나노바이오측정센터 책임연구원팀은 동맥경화 진행에 따라 혈관 주변 지방조직이 응집하게 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동맥경화는 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게 되는 상태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혈관 안이 막히는 병'으로 인식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진단과 치료 부위 역시 혈관 안쪽에 집중돼 있다.
 

연구팀은 혈관 주변 지방조직 고유의 3차원(3D)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비선형광학현미경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비선형 광학 현미경으로 이미징한 혈관 모습
비선형 광학 현미경으로 이미징한 혈관 모습화학적인 염색을 하지 않고도 혈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을 구별할 수 있다. 색깔별로 지방(밝은 노란색 또는 빨간색), 콜라겐(보라색), 엘라스틴(녹색)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혈관을 구성하는 지방·콜라겐·엘라스틴 등을 화학적 처리 없이 많은 정보가 유지된 상태로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혈관 주변 지방조직은 건강한 혈관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최근 학계에 제시되면서 주목받는다. 다만 흐물흐물한 형태인 데다 화학적 염색 처리가 어려워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새 기술로 혈관 주변 지방조직을 자세히 살핀 연구팀은 동맥경화 심화 정도에 따라 혈관 외벽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까지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동맥경화 발병 초기에는 혈관 주변 지방조직이 갈색지방으로 변한다. 에너지 소모도 높여서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 동맥경화 혈관 안쪽 부위와 인접한 지방조직이 악화하고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동맥경화 진행에 따른 혈관 외벽 변화
동맥경화 진행에 따른 혈관 외벽 변화(A) 정상적인 혈관 주변 지방조직(PVAT)
(B) 발병 초기 PVAT이 갈색지방으로 변하고,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한다. (C)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 안쪽 부위와 인접한 PVAT이 악화해 기능을 상실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형질전환 성장인자-베타'(TGF-β)가 관여해 혈관 주변 지방조직 섬유화를 유도하고, 규칙적인 지방 배열이 깨지는 게 혈관 외벽 악화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세화 책임연구원은 "혈관 외벽이 단순 지지대 역할에서 벗어나 혈관 내부 질병까지도 조절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혈관 외벽 변화를 통해 혈관 내부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선형 광학 현미경으로 혈관을 관찰하는 김세화 책임연구원(뒤) 연구팀
비선형 광학 현미경으로 혈관을 관찰하는 김세화 책임연구원(뒤) 연구팀[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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