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뇌처럼 소통···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전략 제시
KAIST 정원일 교수 '대사 시냅스 존재 확인, 간 질환 연구 도움'
2019.08.30 09:07 댓글쓰기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뇌세포와 같은 신경전달 체계가 간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됐다.

30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정원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팀은 미국국립보건원(NIH)과 공동 연구에서 간 기능을 신경학적 경로로 조절하는 실마리를 발견했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마리화나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엔도칸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합성과 분비가 간 성상세포(hepatic stellate cell)에서 늘어난다.

이는 간세포 막에 있는 수용체(CB1R)를 활성화해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도한다.

엔도칸나비노이드 수용체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것이 지방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실정이다.
 

만성적 알코올 섭취 때 간세포에서 보이는 글루타메이트 관련 물질 발현 증가
만성적 알코올 섭취 때 간세포에서 보이는 글루타메이트 관련 물질 발현 증가[한국연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엔도칸나비노이드 발생 과정에 '글루타메이트'(glutamate)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엔도칸나비노이드 생성을 촉발하는 상위 조절자인 셈이다.

글루타메이트는 중추신경계에서 주로 분비되는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 때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로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된다. 이는 간 성상세포에서 엔도칸나비노이드 발현을 유도해 다시 간세포 지방 축적을 유도한다.

간세포와 간 성상세포 사이 신호전달 체계인 '대사 시냅스'(metabolic synapse)가 작용한 결과다.

에너지 생산에 쓰이는 글루타메이트를 알코올 분해에 따른 스트레스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간 세포와 간 성상세포 사이 신호전달계를 통한 알코올성 지방간 형성 개요
간 세포와 간 성상세포 사이 신호전달계를 통한 알코올성 지방간 형성 개요[한국연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실험 결과, 글루타메이트 또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을 억제할 경우 지방간은 현저히 감소했다.


알코올성 간 질환 치료 표적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엔도칸나비노이드를 직접 겨냥할 때 야기되는 부작용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실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혈중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건강한 사람보다 대체로 높다.
 

정원일 교수는 "신경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처럼 간에도 신경계와 유사한 대사 시냅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알코올성 간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이날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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