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백신 관련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홀로 백신을 개발하기보다 포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갈 것이다."
강진한 대한백신학회 회장(가톨릭대 소아과학 교수)[사진]은 28일 서울 가톨릭대 성의교정에서 열린 '제13차 대한백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역대 개최된 추계학술대회 중 가장 많은 160명이 참석했다. 지난 3월 대한의학회 정회원 학회로 인준 받으면서 학회 위상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진한 회장은 "백신은 학술적 다양성과 포괄성이 뒷받침될 때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이번 추계학술대회에는 내과에서 감염을 전문으로 하거나, 소아과에서 감염을 전담하는 의사들은 물론 기초연구자, 수의학 관계자, 기관 관계자, 제약업계 등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최신 지견 등을 교류했다"고 말했다.
"한국 고령시대 진입, 성인 백신예방접종 사업 적극 추진"
이어 그는 "국민 보건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백신은 단순히 임상을 진행해 접종하는 도구가 아니라 질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백신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임상 분야는 물론 정책, 산업, 기초학문, 타 분야 관계자들의 공조를 통한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백신학회 관련 기관 및 학회리스트에는 가정의학회, 개원내과의사회, 바이러스학회, 면역학회, 수의사회, 임상미생물학회, 화학요법학회, 동물약품협회, 질병관리본부, 노인병학회, 동물위생학회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선 스페인 독감 사태 100주년을 맞아 한국 인플루엔자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이를 계기로 백신 개발 방향을 진단했다. 정희진 고대의대 내과학교실 교수와 최덕호 한국백신 대표가 발표를 맡았다.
강 회장은 "스페인 독감때는 전세계적으로 700만명이 사망했으며, 국내에서도 7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당시 의료환경이 열악했고 백신은 커녕 치료제도 없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병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감으로 인한 뼈 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진행됐다"며 "우리나라는 2009년 이전 국내 독감백신 시장이 원료를 전량 외국에서 수입했던 구조였지만 이후 녹십자, 일양약품, SK케미칼 등이 개발에 뛰어들면서 과잉생산을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감염 관련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성인 백신예방접종 사업 추진을 위해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강진한 회장은 "금년 7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이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며 "특히 질방 예방을 위한 여러 도구가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백신예방접종"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이어 "성인 백신예방접종 시행을 위해선 관련 정책 기관과의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주제를 화두로 내세웠으며, 향후 관련기관 관계자와 여러 매체를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