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AI) 영상 분야 연구에서 임상검증이 제대로 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박성호 교수팀은 최근 대한영상의학회의 국제학술지 KJR(Korean Journal of Radiology: IF 3.072) 이 같은 내용을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박성호 교수팀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전 세계에 출간된 모든 의료영상 관련 AI 논문(Pubmed, Embase) 약 2700 건을 정리해 최종 516편의 유관 논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516편 중 어떤 형태로든 AI의 정확도를 외부검증(external validation)으로 확인한 논문은 6%, 실제적인 임상진료 상황에 맞춰 정확도 검증을 한 경우는 1%, 좀 더 엄밀한 기준으로 임상적 정확도를 검증한 경우는 0%로 밝혀졌다.
의료용 소프트웨어는 의약품이나 치료용의료기구와는 달리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AI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내린 진단오류는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성호 교수는 “그동안 의료 AI의 임상적 정확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영국의 의학계로부터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실제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며 “예상보다 낮은 결과에 연구진도 놀랐다. 의료의학영상 AI 분야가 임상검증을 얼마나 간과해 왔는지 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영국, 미국 등의 선진국들은 AI의 임상검증에 최근에 들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 또한 기술 개발 지원이나 규제완화 등 사업화 지원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임상검증이 이뤄지고 있는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근의 의료영상 AI 분야 연구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AI가 환자 진료에 유용한 도구가 될 기술적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긴 하지만 이를 임상검증 연구들로 오해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분석에 포함된 논문들 중 영상의학과 분야 연구가 약 70%를 차지한다. 의료 AI와 관련해 영상의학과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는 것”이라며 “보다 많은 영상의학과 의료진들이 의료 AI분야 리더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위한 AI’라는 근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