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에 진입하자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최근 한미약품이 7조7000억원의 기술이전 잭팟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혁신형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동아에스티의 당뇨치료제 ‘슈가논정’이 국산신약 26호로 허가받는 등 올해만 5개의 신약이 탄생하면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유례없는 풍년이다.
지난 2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셀렉스캡슐’을 시작으로 동화약품의 ‘자보란테정’,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주’와 ‘시벡스트로정’에 이어 슈가논정이 허가를 받으면서 총 5개의 신약이 배출됐다.
제약사들이 2000년대 들어 집중적으로 신약개발에 뛰어든 성과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1999년부터 시작된 국산 신약 시초는 ‘선플라주’
국산 신약은 1호는 ‘선플라주’.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제3세대 백금 착체 항암제다. 1990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1999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국내 개발 신약 1호로 허가받았다.
국내 신약 2호는 2001년 ㈜대웅제약이 당뇨성 족부 궤양치료제 ‘이지에프외용액’을 등재시켰다.
그 뒤로 동화약품 간암 항암제 ‘밀리칸주’와 JW중외제약의 항생제 ‘큐록신정이 같은 해에 허가 승인됐다. 2002년에는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정’이 국내 개발 신약 5호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3년에는 구주제약의 관절염치료제 ‘아피톡신주’과 CJ제일제당의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주’, 종근당의 항암제 ‘캄토벨주’ 등이 신약 목록에 등재됐다.
이후 2005년에는 2건(유한양행 ‘레바넥스정’, 동아제약 ‘자이데나정’) ▲2006년 1건(부광약품 ‘레보비르캡슐’) ▲2007년 2건(대원제약 ‘펠루비정’, SK케미칼 ‘엠빅스정’) ▲2010년 1건(보령제약 ‘카나브정’) ▲2011년 2건(신풍제약 ‘피라맥스정’, JW중외제약 ‘제피드정’) ▲2012년 2건(일양약품 ‘슈펙트캡슐’, LG생명과학 ‘제미글로정’)
▲2013년 1건(종근당 ‘듀비에정’) ▲2014년 1건(카엘젬백스 ‘리아백스주’) ▲2015년 5건(크리스탈지노믹스 ‘아셀렉스캡슐’, 동화약품 ‘자보란테정’,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주’ ‘시벡스트로정’, ‘슈가논정’) 등 연간 1~3개 정도의 국산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 가운데 연간 100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제품이 있다. 바로 동아ST가 2005년 국내에서 처음이자 세계 4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가 월 7~8억원,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8년 허가받은 일양약품 항궤양제 '놀텍'도 연간 100억원 이상 매출액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0년 9월에 신약 허가를 받은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역시 올 3분기까지 24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3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누고 있다.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꾸준한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는 제품도 있다.
LG생명과학의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가 60여억원, 부광약품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가 40억, 대원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 `펠루비`가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개발기간·투자비용 대비 실적 미미 토종신약 사장
새로운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평균 9년 이상이 소요되고 건당 평균 380억원의 투자비용이 든다. 국산 신약의 경우 개발 기간과 투자비용 대비 실적이 미미한 실정이다.
이렇게 힘들게 개발된 토종신약들 중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제품과 비교해 효능과 마케팅 등 경쟁력에서 밀려 소리 소문 없이 사장되기도 한다.
실제로 국산신약 가운데 선플라주(SK케미칼)·밀리칸주(동화약품)·슈도박신주(CJ헬스케어)·피라맥스정(신풍제약) 등은 생산실적이 거의 없다.
동화약품이 8년간의 개발과정과 43억원의 개발 비용을 들여 국산신약 3호로 허가받은 밀리칸주는 간세포암의 치료 목적으로 승인받았다.
당초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는 조건부로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임상을 포기하고 시장에서 자진 철수한 것이다.
대웅제약이 50억원을 투입해 국산신약 2호로 승인받은 EGF외용액은 시장에는 그대로 있지만 관련 규정이 변경되면서 약사법상 신약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EGF외용액은 당뇨성 족부궤양을 치료하는 용도로 허가받았다. 이 약은 희귀의약품이라는 이유로 허가 당시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가 일부 면제됐다.
하지만 식약청이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을 신약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EGF외용액은 신약으로 허가받았음에도 이제는 신약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매출 역시 10억원 미만에 불과하다.
해외시장에 진출을 준비했던 팩티브도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이지만,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키로 했던 협력사가 파산하면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결국 팩티브의 해외 매출은 2009년 119억원, 2011년 150억원에서 2012년 70억원을 기록, 국내 실적도 2012년 22억원, 2013년 23억원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경쟁 제품이 팩티브를 대체하면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한국제약협회 한 관계자는 “보통 임상 3상까지 진행하고 전 세계 시장에서 제품화를 하려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면서 “국내 제약사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고, 다국적 제약사도 개발비 절감 차원에서 임상 1상이 끝나 상품성이 보장된 파이프라인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