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셔병, 조기진단으로 만성질환처럼 관리 가능”
서울아산병원 이범희 교수·오즈렘 고커 박사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치료 중요'
2018.10.22 10:2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김진수 기자] 고셔병. 아직까지 국내에서 ‘고셔병’이라는 병명은 낯설기만 하다. 고셔병 환자는 유전자 이상으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를 만들지 못하는데 이러한 효소 결핍으로 대식세포에서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가 분해되지 않고 축적돼 간 또는 비장 비대, 혈소판 감소 등이 초래된다. 그리고 이로 인한 출혈, 골통, 관절통, 고관절 무혈성 괴사 등 골격계 증상 등이 나타난다. 특히 지난 10월 1일은 ‘세계 고셔의 날’로 지정돼 있을 만큼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질환이지만 국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국내 고셔병 1인자인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이범희 교수[사진 右]와 한국 보건의료전문가들과 고셔병 등 리소좀 축적질환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국을 찾은 미국 LSD(Lysosomal storage disorders) 질환 전문가 Dr.Goker 박사[사진 左]에게 리소좀 축적 질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Q. 고셔병이 리소좀 축적질환의 대표격이라 하지만 국내서는 여전히 생소하다. 국내 고셔병 현황과 발병 시 일반적인 증상은 어떠한가
 

이범희 교수(이하 [이]) 국내에도 리소좀 축적질환 환자들이 꽤 있는 편이다. 고셔병만 살펴보면 현재 약 20명의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70여 명이 고셔병 진단을 받았다. 이 중 현재 40~50명이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효소 치료 혹은 기질감소 치료를 받고 있다. 고셔병 등 리소좀 축적질환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주로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고 빈혈이 심하며 간과 비장이 커지면서 골수가 파괴되는 증상을 보인다.
 

Q. 리소좀 축적질환은 진단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알고 있다. 미국의 고셔병 진단율은 얼마나 되는가? 진단받은 환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Dr. Goker (이하 [Goker]) 미국에서는 대부분 1형 고셔병 환자가 많이 발병한다. 아슈케나지(Ashkenazi)계 유대인이라고 불리는 유태인종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비신경학적 유전자 타입의 빈도가 많다. 또한 고셔병은 임상적으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심지어 형제라 하더라도 각기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쉽사리 진단하기 어렵다. 증상 발병부터 진단까지 대략 10년에서 최대 30년까지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1형 고셔병 환자의 경우 평균 진단기간이 12년 정도며 보통 3명 이상의 의사를 거친 후에야 고셔병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아직까지 진단받지 못한 환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국내에서는 리소좀 축적질환을 진단받는데 어느정도 걸리나. 또한 미국에서는 보통 3명의 의사를 거쳐야 진단 받는다는데 국내는 어떤지요
 

[이] 빈혈이나 혈소판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평균 1~2년 정도 걸리고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의 경우는 진단까지 3~4년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고 발병 정도 역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확하게 조사해보진 않았지만 국내도 고셔병 진단이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 상황이므로 적어도 3명 이상의 의사를 거친 후 진단받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예상한다.
 

Q. 리소좀 축적질환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어떤 이유인가? 한국에서는 조기 진단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지
 

[이] 리소좀 축적질환은 치료를 하더라도 병의 진행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시점이 존재한다. 해당 시점을 넘기기 전 치료에 집중해야 치료 경과도 좋고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고셔병 등 리소좀 축적질환의 조기 진단과 관련해 진행된 사업은 없다. 학회나 관련 연구자들도 보통 개별적인 연구를 통해 질환을 스크리닝하고 이를 통해 조기진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등의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Q. 고셔병 진단 이후 치료과정이 궁금하다. 치료 옵션이 다양한 편인가? 고셔병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Goker] 환자가 고셔병 진단을 받으면 먼저 치료 진행 여부와 함께 어떤 치료가 좋을지 평가한다. 환자마다 증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별 환자에 맞춘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살핀다. 고셔병 치료 옵션으로는 효소대체요법(ERT)과 기질감소치료(SRT)가 있다. 효소대체요법(ERT)은 정맥주사를 통해 체내 부족한 효소를 대체하는 치료방법으로 가장 오래된 치료제인 사노피 젠자임의 세레자임 등이 있다. 기질감소치료제(SRT)는 체내 합성효소를 억제해, 효소가 분해해야 하는 기질의 양을 미리 줄여주는 방법으로, 최근 개발된 세레델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고셔병은 진단 이후 파킨슨병, 혈액암 등 합병증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치료를 시작했다면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효소대체요법(ERT)은 치료를 중단하면 단백질 기반의 면역반응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체내에서 단백질에 대한 리액션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증상이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Q. 국내 고셔병 치료 가이드라인이 있는가? 국내 고셔병 환자의 경우 치료시 특별히 고려돼야 하는 부분은?

[이] 학회 차원에서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국내 환자들은 서양에 비해 신경학적 증상이 좀 더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진단 초기에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을 뿐 아니라 치료 과정 중 증상이 새롭게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자 모니터링을 매우 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서도 경구용 치료제 처방 경험 축적돼 환자 치료 옵션 넓어져" 
"증상 호전됐다고 갑자기 치료 중단하면 나중에 회복 불능 상태 초래"

 

Q. 고셔병의 경우 여러 치료제들이 있고 최근에는 경구제도 출시됐다. 주사제와 경구제의 차이는 무엇이며 경구제의 경우 기존 주사제 치료 대비 어떤 장점이 있는가? 환자들의 실제 피드백은 어떤지
 

[Goker] 2010년부터 경구용 치료제인 세레델가를 처방하고 있으며 현재 약 30명의 환자가 세레델가로 치료받고 있다. 경구제인 세레델가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롭다는 부분이다. 효소대체요법(ERT)은 2주마다 병원에서 몇 시간에 걸쳐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경구제는 이러한 부담을 줄여준다. 특히 젊은 환자들이 경구제 사용을 매우 반기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경구제 사용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고셔병 환자가 해외에 가는 경우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제가 생물학적 제제이기 때문에 통관상 문제가 되거나 보관상의 어려움 등이 존재했으나 경구용 제제가 출시되면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질환 관리가 가능해졌다. 특히, 세레델가는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환자가 경구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진단 후 곧바로 세레델가를 사용할 수 있다.
 

Q. 리소좀 축적질환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이 어떤 이점을 전달하는지 궁금하다. 국내서도 환자별 치료 옵션 선택이 가능한 상황인가?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들은 효과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 세레델가는 국내서도 허가를 받은 상태로 우리나라 환자들도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환자 생활 패턴과 성향 등을 충분히 논의한 이후 환자가 선택하는 옵션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치료 효과 측면에서 경구용 치료제도 효소대체요법과 비교했을 때 비(非) 열등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경구용 치료제 처방 경험이 축적돼 향후 고셔병 환자들에게 더욱 긍정적인 치료 환경 등이 조성됐으면 한다.
 

Q.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여러 희귀질환들이 치료 실마리를 찾아 나가고 있다. 리소좀 축적질환의 치료와 연구에도 진전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최근 눈 여겨 볼만한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
 

[Goker] 리소좀 축적질환은 interventional genetics(중재유전학)라는 치료법에서 기초했다. 효소대체요법(ERT) 전에는 효소 결핍에 대한 치료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효소대체요법 치료제 개발을 시작으로 지금은 경구제형의 기질감소치료제(SRT)까지 발전했다. 최근에는 유전자 편집 분야가 많이 발전하면서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일례로 고셔병과 같은 리소좀 축적질환에 대한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이나 다발골수종 질환에 대한 연구로 연결되고 있다.
 

Q.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전문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환자 입장에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이]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질환이 잘 관리될 수 있도록 일반 의사를 대상으로 한 리소좀 축적질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내 환자들도 해외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치료제 연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외 석학 및 학회 등과의 지속적인 교류도 중요할 것 같다. 환자 대상으로는 리소좀 축적질환 치료가 가진 한계점과 질환 치료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환자 보호자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환자 증상이 악화될수록 간병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 보호자들이 우울증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심리적인 관리 프로그램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고셔병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에게 당부할 조언이 있다면
 

[Goker] 환자들 스스로 질환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진단을 받고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면 갑자기 내원을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들이 5~10년 후 증상이 더욱 악화된 모습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비가역적 상태가 돼버려 치료를 한다고 해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다. 진단도 중요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의료진의 권고사항을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 스스로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통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Goker 박사 말에 동감한다. 증상이나 치료 단계에 있어 힘든 부분도 많지만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질환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리소좀 축적질환은 규칙적인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전문가들도 치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니 환자들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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