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정신질환자 입원, 사법치료제 도입 절실'
'보호자와 의료진 아닌 국가가 책임져 적절한 치료·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2019.01.11 06: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정신건강의학계가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사망사건 이후 주목받고 있는 '사법입원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는 정신질환자 입원에 대해 보호자와 의료진이 책임을 지고 있는데, 이를 국가가 지도록 해서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보호자와 의료진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0일 학회 사무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안전하고 편견없는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요구사항을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의 요구사항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역시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이다. 비자의입원에 대한 판단을 의사와 보호자가 아닌 사법기관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권준수 이사장은 “현재는 환자에 대한 책임을 가족이 져야 한다.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이 의료기관에 데려가고 의료진이 입원 필요성을 판단하며, 가족이 동의한다”며 “보호자도 환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다.
환자의 보호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강제로 입원한다면 적대감이 보호자와 의료진에게 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사법치료제도는 환자 인권을 보호하고 가족 부담을 줄여주며 의료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라며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우리나라에 필요할 모델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호 법제이사도 “정신보건법을 살펴보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다. 외래치료명령제의 경우도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고 비자의입원도 정신과 의사 2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각종 동의가 전체적인 시스템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사법입원제도의 시행과 함께 지역사회기반치료를 위한 준사법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정신건강심사위원회와 통합해 지역사회기반의 준사법적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률이 저조한 외래치료명령제에 대한 개선도 촉구했다. 이번에 故 임세원 교수를 습격한 가해자는 정신질환이 있음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외래치료명령제는 1년에 4건만 시행되는 수준이며 어떠한 강제성도 없고 이를 관리할 주체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를 보호자 동의 없이 외래치료명령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기관이 준사법기관에 심사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이사장은 “준사법적 기능과 안전행정권을 가지는 체계로 외래치료지원제도와 병원기반 다학제적 통합관리제도가 시행돼야하며 관련 인력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며 “나아가 의무적으로 치료받는 기간 동안 치료비 지원을 통해 순응도를 높이고 위반 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응급환자 후송 및 치료체계 구축해야”

자해와 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응급의료체계를 재정비해 경찰관과 소방대가 정신질환자를 후송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권역별로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 등 인프라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해국 중독특임이사는 “의사가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환자를 필요한 곳으로 이송을 시키며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미 영국에서는 응급의료인력과 경찰이 함께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정신보건 예산은 전체 보건예산 대비 1.5% 수준으로 OECD 가입국 평균인 5.05%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통령 직속의 국민정신건강위원회를 설치하고, 정신보건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학회는 ▲정신질환자 편견 해소 및 차별 철폐 ▲정신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 전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정비 등을 제안했다.


권 이사장은 “이번 요구사항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등 범부처적으로 협의체나 위원회 등을 구성해 강력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정신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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