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은 환자 치료보다 윤리 문제 더 힘들어”
대한중환자의학회, 딜레마 사례 담은 '중환자실 의료윤리' 출간
2019.02.26 11:0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연명의료 중단 과정은 매뉴얼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환자 본인과 보호자 입장이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환자실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더욱 증가한 중환자실의 윤리적 딜레마 사례를 담은 책을 국내에 번역 발간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성진 회장은 25일 중환자의학회 사무실에서 개최된 ‘중환자실 의료윤리’ 출판기념회에서 “의료인의 선의가 환자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데서 고민이 온다”며 “중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을 가장 괴롭히는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치료가 아닌 윤리 문제”라며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국내서는 이미 생명의료 윤리와 관련한 대표적 임상사례 및 법 적용 등에 관한 다양한 번역서가 출간된 바 있다.

해당 서적은 미국의 'Critical Care Ethics'를 번역한 것으로, 다양한 윤리 원칙과 함께 미국의 판례, 중환자실에서 경험하는 윤리 쟁점들이 실렸다. 

연명의료와 안락사를 비롯해 종교적인 치료거부나 보완의학, 대체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 등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제가 다양하게 실려 있으며 의료진과 가족 사이의 갈등, 가치관의 차이 및 도덕적 고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홍 회장은 "무엇보다 의료인들이 이 책을 통해 윤리적으로 생각하는 기회를 얻고 스스로 훈련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자 11만명 넘었지만 의료윤리 힘든 과제"

올해 2월 기준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자는 11만 명을 넘었다. 연명의료를 둘러싼 윤리 문제 논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홍성진 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문제는 이미 현실적인 고민이 됐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의료 윤리에 대해 충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발전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홍석경 총무이사도 “연명치료에 대한 고민은 소위 암 환자 등 병세 말기에 이러서야 시작된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중환자실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평소에 ‘나도 중환자실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환자들도 이런 고민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이라며 의료윤리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치료법과 약제, 새로운 기기 발명으로 합병증을 줄이고 생존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되면서 적극적 치료가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다"며 "의료인뿐만 아니라 생명 윤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이 같은 논의가 공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을 위해 중환자의학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홍성진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국민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 관계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올해부터 중환자실과 중환자의학에 대해 홍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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