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청소년, 자살 시행의도 가능성 6배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공존질환 분석…인터넷·알코올 중독 비율 높아
2019.04.03 12:1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진단받았거나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는 소아-청소년-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적대적 반항, 자살, 중독 등 공존 질환 동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김봉석)는 ‘제4회 ADHD의 날’(매년 4월 5일)을 맞아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ADHD 환자의 생애주기별 공존 질환’을 주제로 국내 ADHD 질환의 현 주소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서울대학교 김붕년 교수 연구팀(김붕년, 박은진, 최태영, 김준원, 곽영숙, 강나리 교수)의 정신 건강 실태 확인을 위해 진행한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해당 조사는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 4대 권역(서울, 고양, 대구, 제주)의 소아청소년 및 그 부모 4057명이 대상이 됐다. 학회는 해당 조사 결과 가운데 ADHD와 공존 질환과의 상관 관계를 집중 분석했다.

초등학생 1138명을 조사한 결과 적대적 반항장애(19.87%), ADHD(10.24%), 특정공포증(8.42%) 순으로 정신 질환 유병률이 높았다. 문제는 소아의 약 20%가 앓고 있는 적대적 반항장애의 경우 이에 해당되는 소아 10명 중 4명 가량이 ADHD 환자였다.


ADHD 환자는 유아기에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등의 질환 증상이 적절한 진단 및 치료 없이 반복적으로 제제 당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성장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즉 ADHD는 소아기 적대적 반항장애의 기저 질환으로 ADHD 치료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적대적 반항장애로 나타나는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외협력이사(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이 있다면 이를 단순한 반항으로 여기기 전에 유아기 시절 자녀의 행동과 증상을 되짚어보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면밀히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ADHD로 인한 적대적 반항장애는 유아기에서 방치된 ADHD의 공존 질환”이라며 “선행 치료 없이는 증상 개선이 어렵다. 만약 소아기에서 다시 방치한다면 성장과정에서 품행장애와 비행문제 등 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ADHD 청소년, 자살 경험 비율 높아


국내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그 심각성이 대두돼 왔다. 특히 국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이번 조사 결과 ADHD가 청소년 자살 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 정신건강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국 4대 권역의 만 13세 이상 청소년 998명 대상으로 ADHD와 자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ADHD(또는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된 청소년이 자살 시행 의도를 가지는 비율(6.6% vs 1.1%)은 정상 청소년 대비 6배나 높았다.


뿐만 아니라 자살을 생각하거나(24.4% vs 14.2%)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하는 비율(6.8% vs 2.5%) 또한 각각 약 2배,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ADHD(또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진단받은 청소년일수록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 시행 의도를 갖거나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우는 등의 ‘자살 경험’이 모든 항목에서 평균 약 3배 높았다.


방치된 ADHD 환자는 성인이 되면 일상 및 사회 생활에서 적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 각종 중독 장애로 이어져 더 큰 사회적 문제가 야기됐다.


실제 국내 인터넷게임중독 환자 255명을 3년간 관찰 및 추적한 연구(서울대학교병원 김붕년, 이정 교수, 중앙대학교병원 한덕현 교수) 결과 ADHD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인터넷게임중독이 더 만성적으로 진행됐다.


또한 두 그룹 간 인터넷게임중독 재발 가능성을 비교 조사했을 때에는 1년 차에서 5배, 2년 차에서는 6배 가량 차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 장애에서도 ADHD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5~10배가량 많았다. 약물 남용으로 치료를 받는 성인에서는 25%가 ADHD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산하 IT 연구회 한덕현(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간사는 “ADHD 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가 동반되지 않는 경우 성인이 되어 각종 중독 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 가급적 빠른 시기에 ADHD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치될수록 사회-경제적 손실 커져


국내 소아청소년이 ADHD를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받은 비율은 불과 3.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국내 소아청소년과 그 부모에게는 주변 편견과 약물치료에 대한 낙인효과 등이 정신 질환 진단 및 치료의 저항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특정 정신 질환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증상이 심각하게 두드러질 때 정신과를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ADHD 증상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발현될 수 있고, 공존 질환이 동반된 경우 ADHD 증상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나 산만하거나 과격한 행동 등 일반적인 질환 증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자의적으로 현재 증상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으로 질환을 진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일단 ADHD가 진단되면 공존 질환 여부 등을 파악한 후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ADHD는 1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진행하며, 나이나 생활습관 등에 따라 부모 교육이나 인지 행동 치료 등이 수반된다.  


1차 치료가 선행되지 않은 ADHD 치료는 질환을 방치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 ADHD 치료제는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마약 성분이 포함된 약물은 유통 및 반입이 금지돼 있으므로, 전문의 모니터링 하에 치료제 복용은 중독 등의 위험이 없다.


김봉석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ADHD를 포함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두려워 증상이 나타남에도 진단 및 치료를 받지 않으면 더 악화된 상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은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고 가족 등 주변에서는 따듯한 응원을 건네며 사회에서는 편견 없는 시선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등 전 사회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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