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진료, 존재감보다 자존감 병리의사”
홍순원 대한세포병리학회 회장
2019.04.06 07:0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사들도 잘 모르는 의사. 청진기가 아닌 현미경과 함께하는 의사. 환자 대신 슬라이드와 마주하는 의사. 의사에게 병을 알려주는 의사.
 
이 정도 부연에도 물음표가 붙을 정도로 그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환자치료 시작점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그들은 바로 병리과 의사들이다.
 
병리과 의사는 임상의사들에게 진단을 내려준다. 때문에 종종 의학 분야에서 병리학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중간자리라고도 일컬어진다.
 
이들은 채취된 인체 표본으로 병리검사를 시행해 진단을 내린다. 환자의 치료방향 설정의 결정적 근거를 제시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법의학도 바로 이 병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임상현장에서 이들의 중차대성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 진단검사의학과와의 정체성 혼동 역시 부지기수다.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할 법 하지만 병리과 의사들은 본인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일 시작된 대한세포병리학회(회장 홍순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병리과) 학술대회는 이러한 병리과 의사들의 열정을 확인시키는 계기였다.
 
세포병리학은 병리과 중에서도 질병의 원인을 세포 단계에서 규명해 내는 분야다. 신체 여러 부위에서 얻은 세포를 검사해 병의 원인이나 성상을 밝혀낸다.

“정도관리 기반으로 진단 역량 강화 노력”
 
국내 병리과 전문의 1000여 명 중 800명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병리학 분야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역사도 무려 30년이 넘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세포병리 전문성과 진단의 질(質) 제고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번 학술대회도 회원들의 역량 강화에 방점을 뒀다.
 
부인과 세포병리와 HPV'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는 사전등록 660명과 현장등록 150명 등 총 800명의 병리과 전문의와 세포병리사가 참여했다.
 
특히 세포병리사는 업무 관계상 많은 수가 주로 토요일에 참석하는 만큼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마지막 날인 4월6일 진행된다.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초록과 전시 포스터 또한 회원들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한편 포스터 전시실에 현미경을 비치해 회원들이 자유롭게 서로 증례에 대한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제 세포병리교육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된 2019년 제4차 마다가스카르 세포병리 교육 관련 영상사진전도 진행됐다.
 
홍순원 회장[사진]은 취임과 함께 회원들의 정도관리 교육 강화를 통해 더욱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포검사의 경우 정확도가 중요한 만큼 전국적으로 진단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었다. 실제 세포병리학회는 지난 1995년부터 정도관리를 시작했으며 2006년부터는 병리학회와 함께 전국 2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질관리 사업을 진행 중이다.
 
1년에 무려 4차례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인증서를 발급한다. 유효기간은 단 1년이다. 기관들은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학회는 또한 세포병리의 전문성 강화와 교육을 위해 1993년 지도의 제도를 도입해 매년 자격기준 심사와 함께 시험을 실시해 현재까지 191명의 지도의를 배출했다.
 
세포병리 지도의는 5년마다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 지금까지 20명 이상이 자격을 상실할 정도로 지도의 자격 관리가 깐깐하다.
 
홍순원 회장은 세포병리 지도의 위상을 높이고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병리의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도의사 위상 강화를 위해 워크숍 등을 정례화시키는 한편 병리의사들이 국제자격시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홍 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의학 발전에 보조를 맞추는 한편 수준 높은 병리검사 시행을 목표로 국제적인 정도관리 기준에 근거해 더욱 정확단 진단에 이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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