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보완대체요법, 제도권내 유입 근거 마련 필요'
권정혜 한림의대 교수 '유병기간 길고 믿음 클수록 의존 경향 높아'
2019.06.24 05:2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암환자들이 유병기간이 길고,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보완대체요법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완대체요법은 현재 진행 중인 의학적 치료법 외에 별도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한방, 건강보조요법, 민간요법, 심상요법 등이 포함된다.

이에 음성적으로 사용되는 보완대체요법으로 암환자들이 겪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학적 근거 축적을 위한 연구를 실시해 제도권 내로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정혜 한림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21일 대한암학회 암관련학회협의체 심포지엄에서 '국내 암 환자들의 보완대체요법 사용에 대한 행위와 인식'에 관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권정혜 교수는 "암환자에서 보완대체요법 사용은 세계적으로 늘어가는 추세"라며 "1970년대 25%, 1990년대 32%, 2000년대 이후 49%로 집계됐으며, 지역 의료환경 및 문화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환자가 진료비를 100% 부담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10개 대학병원 종양내과 환자 415명을 대상으로 2017년 9월~10월까지 진행됐으며, 25개 항목의 설문지를 개발해 분석했다. 이중 답변을 누락하지 않은 환자 283명의 응답 내용을 분석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 증가 추세···국내 응답자 중 72% "효과 있다"

그 결과 전체 환자 283명 중 106명인 37.5%가 보완대체요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약 72%가 '효과적'이라고 응답했고, 나머지 79명은 '효과 없음'으로 답했다.

보완대체요법은 유병기간이 길수록 보완대체요법 효과를 믿을수록 사용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나이와 성별, 암종, 질병의 진행 정도, 적극적인 암치료 유무 등은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 교수는 "고령이거나 말기암일수록 보완대체요법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조사 결과 이 같은 변수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오히려 유병기간이 길수록, 플라시보 효과처럼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믿음이 클수록 의존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기별로 암환자의 보완대체요법 사용을 보면 암 진단 후 15.6%에서 51.8%로 급증했다"며 "적극적인 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동반 사용하는 경우가 우리나라는 37% 정도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보완대체요법의 종류별 환자의 경험을 보면 한방 및 한약은 현재 사용 중인 환자가 27명, 과거 경험한 환자가 58명이었고, 건강보조식품의 경우 40명이 현재 사용하고 있으며, 90명은 과거에 사용했다.

민간요법은 22명이 현재 사용 중이며, 47명이 과거에 경험했다. 심상치료는 현재 사용이 7명, 과거 사용이 18명으로 집계됐다. 고주파온열치료는 1명이 '현재 사용', 2명이 '과거 사용'으로 응답했다.

암 환자들이 보완대체요법 후 기대한 효과는 면역기능의 개선, 심리적·감정적 도움, 체력 강화, 암의 완치, 통증이나 증상 경감, 수명 연장, 재발방지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완대체요법 사용 후에는 '심리적·감정적 도움' 효과가 가장 크다고 밝혔고, 이어 체력강화, 면역기능의 개선, 통증이나 증상 경감 순이었다. 수명 연장과 암의 완치, 재발 방지는 비슷한 수준으로 낮았다.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정보를 얻는 채널은 1위가 가족·친지·친구, 2위 미디어, 3위 의료전문가, 4위 SNS, 5위 광고, 6위 환우회로 확인됐다. 

권  교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선 인삼을 먹을 경우에 나타나는 치료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며 "우리도 보완대체요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저는 회진을 돌 때 이상한 색깔을 가진 액체가 든 패트병이 없는지 보며, 있다면 환자에게 내용물에 대해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암환자가 보완대체요법을 사용할 경우 증명된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보니 복용하는 약제와의 상호작용이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보완대체요법 사용으로 인해 진단이나 치료가 지연돼 암이 상당히 커진 상태로 병원을 오는 분들도 있는데 특히 유방암 분야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음지에서 사용되는 보완대체요법을 양성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정부의 관련 연구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미국에선 NHS 등 국가기관이 보완대체요법 효과를 연구하고 근거를 축적해 제도권 내로 포섭하기 위한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보험재정을 통해 관련 연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한광 서울의대 외과 교수는 "의사가 환자를 돕는 사람이 아니라 방해하는 사람으로 본다는 연구결과를 보며, 환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심리학자 등의 도움을 받아 환자 생각 차이나 신뢰 제고에 나서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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