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응급의료 골든타임 답(答) '지방 분권'
강병원 의원-응급의학회, 미래형 체계 구죽 토론회···'선행 조건은 안정적 예산'
2021.12.18 06:34 댓글쓰기
촬영=신용수 기자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죠. 왜 안 고칩니까? 안 고치는 사람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의 대사가 떠오르는 현장이었다. 비록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응급의료체계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정책 개선 등 재정비를 통해 다시는 이 같은 실수를 겪지 말아야 한다는 의료계와 입법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미래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주제는 ‘언제, 어디서나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켜라’였다.
 
이날 의료계에서는 허탁 응급의학회 이사장(전남대병원 교수)을 비롯해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왕순주 응급의학회 응급의료미래연구소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교수), 류현육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주최자인 강병원 의원을 비롯해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 소방관 응급구조대 출신 오영환 의원, 조응천 의원 등 대거 참석했다. 

“응급의료 문제, 지방 분권 및 기금 안정화로 해결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발표는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정책 제안’이었다. 신 교수는 응급의학계 현장 전문가로서 다양한 정책적 의제를 제시했다.
 
신 교수는 “응급의료는 최고의 복지이자 일상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라며 “응급의료체계 발전의 필수 구성 요소는 많지만, 이들을 요약하면 결국 법령과 예산이다. 법령적으로 또 예산적으로 응급의료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응급의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응급의료체계는 많은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08년 16개였던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019년 기준 38개로 2배 이상 늘었고, 지역응급의료센터도 105개에서 124개로 증가했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매년 2000명씩 배출되고 있다. 지역 격차가 아직 여전하기는 하지만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는 199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통과 이후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응급의료체계는 2010년 이후 선진제도 운영기에 접어들었다. 선진 운영 기준은 ‘데이터’, ‘평가체계’, ‘전문관리’, ‘지방분권’ 등이 있다. 
 
신 교수는 진정한 응급의료체계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4개 항목 중 ‘지방분권’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심장정지 생존율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는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생존율과 뇌기능 회복율 측면에서 지역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도시와 농촌 사이 응급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가뜩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응급실이 과밀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사태가 덮치면서 과밀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며 “이제는 응급의료의 지방 분권이 시급하다. 시도 응급의료 계획을 수립하고 시도 응급의료 재정을 마련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 응급의료를 관리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권한을 전폭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응급의료 지방분권 완성의 선행조건으로 안정적인 예산지원을 도모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금 상설화’를 제안했다. 현재 붙어있는 응급의료기금의 일몰조항을 삭제해 응급의료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 교수는 “응급의료기금은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그 수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몰 조항이 남아있어 운용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몰조항 삭제로 더 나은 기금 체계를 확보하고 지역완결성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응급의료 과제 및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발제자로 나선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그동안 끌어올렸던 심정지 생존율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응급 상황에서 신고부터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과 현장 사망 비율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응급의료 발전 단계, 기술 정착됐고 이제는 제도 및 인식, 결국 사람의 생각"
 
이어 “현재 의료현장은 응급시설 포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병원 수용역량 확장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사전 분류소, 진료대기실, 임시음압병상 등 임시시설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서는 감염병을 고려한 응급시설 설계가 필요하다”며 “1인실 및 유리문 설치를 확대하고 격리구역을 더 넓게 확보해야 한다. 비(非)의료공간을 의료용으로 전환할 수도 있어야 한다”며 “여기에 지역응급의료 거버넌스 구축을 더 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감염 환자를 대비하는 관제탑 역할을 수행할 거버넌스을 체계적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순주 소장은 미래 첨단 응급의료 방향성을 조명했다. 왕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기존 응급의료계획은 초기화됐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그동안의 응급의료 발전은 기술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 기술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다음 과제는 제도 및 인식의 문제 등 ‘사람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제도적, 사회문화적, 비용적 문제 해결이 중요해졌다”면서 “향후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들이 응급의료에 투입된다고 해도 통일된 시스템을 마련하고 제도적 문제를 정비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환자 중심 미래 응급의료를 위해서는 장기적 비전으로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