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보복성 형사 고소 증가···상처 깊은 의사들
충북의대 한정호 교수 “전공의 책임도 엄격해지는 상황, 작년 투약 오류로 실형”
2022.04.18 12:4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최근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의료진 과실을 추정받은 다음, 이를 증거로 활용해 보복을 목적으로 형사고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련생이자 근로자라는 이중신분인 ‘전공의’ 역시 과거에 비해 더욱 엄격한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한정호 충북의대 교수[사진 좌측]는 대한소화기학회가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SIDDS2022)에서 ‘소화기 분야 의료분쟁 올바른 대처법(Appropriate way to deal with medical disputes in gastroenterology)’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정호 교수는 “최근 의료분쟁은 민사, 형사소송 뿐 아니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한국소비자원 민원 접수 등 방식도 다양해져 의료진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실정”이라며 “의료분쟁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살펴봐도 사실과 다르게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소송에서 원고 승소율을 살펴보면 지난 2010년 26%에서 2013년 30.6%로 증가했다. 하지만 원고 청구액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완전 승소율은 2010년 3.8%에서 2013년 1.74%로 낮아졌다.
 
한정호 교수는 “의료소송은 특성상 원고 완전승소는 민사의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환자 측의 완전 승소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를 왜곡해서 의사 병원이 갑질을 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보도돼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의료분쟁은 과거 민사상 손해배상소송 위주가 많고 형사고소는 이를 위한 증거수집을 위한 목적이 다수였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과실을 추정받은 다음, 이를 증거로 활용해 의료진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형사고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을 향한 환자나 보호자의 폭력 역시 언론에 나오는 것 뿐 아니라 같은 병원 동료들이 당하는 경우을 봐도 빈도가 늘고 정도가 강해지고 있다”며 “말기 암 환자 처럼 수명이 다하거나 피할 수 없는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등도 보호자 입장에서는 강하게 항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보호자의 방어기재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생이자 근로자인 이중신분을 갖고 있는 ‘전공의’ 역시 최근 들어 각종 의료사고에 있어 책임이 더 엄격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정호 교수는 “전공의가 밤새 진료하고 담당교수는 환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환자에 대한 책임은 교수가 지는 것이 맞다”며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교수가 해외출장 간 동안 전공의가 환자에게 약을 잘못 투여해 사망하자 교수가 같이 형사책임을 진 판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최근에는 전공의 역시 책임을 더욱 엄격하게 묻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한 대학병원에서 투약 오류 사건으로 4년 차 전공의가 형사 1심에서 처발받은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의 보호를 받는 것이 맞지만 전공의 또한 독립된 진료환경에서는 괜찮다고 생각 말고 새벽이라도 담당 교수에게 반드시 연락해야 한다”며 “큰 병원일수록 많은 의사가 환자 진료과정에 개입하기 때문에 전공의 또한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근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사 방어기제 경계하고 자신의 실수 명확하면 소송보다 ‘합의’ 바람직”
 
한 교수는 “주변 동료들의 의료분쟁 사례를 보면 환자 방어기제 뿐 아니라 의사들 방어기제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며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보호자를 나쁘게 인식하거나 그간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는 이유로 실수를 무마하려는 인지 부조화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의사 과실이 명확한 사건은 법적분쟁보다 합의가 원활하며, 소송까지 진행되더라도 법률전문가 조언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는 전문가이다 보니 자기확신이 강해 환자와 경찰, 변호사는 물론이고 법정에서 판사에게까지 언성을 높이며 본인 잘못이 없다고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며 “본인 잘못이 클수록 더욱 숨기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는데 조사를 포함한 모든 과정에서 성급히 잘못을 인정하는 등 발언을 삼가고 전문가 조언을 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과 같은 의료분쟁 경향이라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 후 조사에 임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실제 경찰에서는 A를 지적했는데 의사가 직접 B가 문제라고 스스로 밝혀 발목을 잡는 등 실수하는 경우가 있어 법률전문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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