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과제 탈락 의대 교수들 공통 답(答) '사람' 
빅데醫(의)터 임상활용연구회서 제기, "팀워크·연구책임자·심사위원도 중요"
2022.06.08 16:00 댓글쓰기



빅데이터를 다루는 의대 교수들이 통렬한 반성의 시간을 마련했다. 국책과제 탈락의 아픔을 권토중래 계기로 승화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들이 꼽은 국책과제 탈락 원인은 다양했는데 공통 지점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윤덕용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와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헌성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7일 빅데醫(의)터 임상활용연구회가 개최한 19차 온라인 세미나에서 국책과제 선정 실패 원인을 반추하는 3인 3색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는 ‘위너’에게 듣고, ‘루저’에게 배우는 국책과제 도전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특히 국책과제 선정에 성공한 ‘승자’ 외에도 국책과제 선정에 실패한 ‘패자’들의 이야기에도 초점을 맞춰 교훈을 제공했다.


빅데이터 임상활용연구회 측은 세미나 취지에 대해 “최근 빅데이터 활용 의료분야 국책과제 지원이 많아지면서, 과제 선정에 성공한 교수들과 함께 고배를 마신 교수들도 늘고 있다”며 “승자와 패자 경험담을 통해 향후 국책과제 도전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내년에 도전하는 모든 연구진이 승자가 되길 기원하는 마음에 세미나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윤덕용 교수는 과제 탈락 원인으로 ‘사람’을 꼽았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과제 추진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프로젝트의 성공은 좋은 팀워크에서 비롯한다”며 “그런데 학교나 병원에서 기획한 과제의 경우 ‘과제 선정’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참여 팀원도 그동안 성과가 좋았던 인원들이 투입된다. 그 결과, 팀원 간 공유하는 공통 비전이 부재하게 된다. 가장 쫄리는 사람이 총대를 메게 되지만, 그 사람조차 과제에 대한 의욕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과제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의 과도한 욕심은 실무자 반발을 불러온다. 리더들은 소통하려고 한다고 해도 팀원이 원하는 동기를 심어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여기에 병원-기업 등 바람직하지 못한 협력관계가 더해지면 프로젝트 결과는 더 더욱 나빠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심사위원도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심사위원을 설득하려면, 그들에게 떠먹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과제 취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서와 발표가 중요하다. 대형과제에 참여를 해보거나, 과제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보는 등 경험을 쌓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고 강조했다.


차원철 교수는 ‘연구계획서 밖에서 보는 과제 실패 이유’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차 교수는 강연에서 국책과제 선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PI’(연구책임자)를 지목하면서 자신을 소위 셀프 디스했다.


차 교수는 “그동안 팀원으로서 또는 PI로서 수많은 과제에 지원했는데,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실패한 경우도 많았다”며 “실패 원인 중 PI 문제인 것들을 돌아보니 ‘애초 의지가 없는 상황’부터 ‘어떤 과제를 해야 할지 모름’ ‘네트워크 부재’ ‘과제 준비 수단 부족’ ‘제안서 준비에 대한 뒷심 부족’ ‘과제 발표 미흡’ ‘팀 관리 미흡’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PI가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시간을 내 각종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연구 ‘컴포트 존’(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 또 사회에 대한 이해 깊이를 더하고, 스스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헌성 교수는 학계 중진 위치에 걸맞게 ‘심사위원’ 입장에서 바라본 국책과제 선정을 조망했다.


그는 특히 ‘심사위원 입장에서 감당하기 싫은 것’이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심사위원들은 과제 전체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한 상황이 아니다. 전체 내용을 모두 훑어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질문을 하나 이상, 무조건 해야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질문을 한다. 그리고 제출된 계획서보다는 ‘발표 내용’에서 더 크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는 제안요청서(RFP) 속 모든 내용을 포함하면서 평가점수표의 평가지표가 충실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연구비 분배도 투명하고 확실해야 한다”며 “발표 전에는 순서 확인이 중요하다. 순서가 앞이라면 시간 분배와 청사진 조명이 중요하다. 반면 뒷 순서라면 과제 어려운 점 및 팀 잠재력 등 세부적인 내용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발표 자료를 만들 때는 제목은 다소 자극적이더라도 부각될 수 있게, 반면 본문은 구체적이고 정량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발표에서는 절대 심사위원과 논쟁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계획서나 보고서, 발표자료에 없는 이야기는 안하니만 못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는 심사위원과 만나더라도 아는 척하거나 연락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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