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암 표준진료지침, 환자 접근성 등 아직 미흡"
전문가들, 국립암센터 암 진료 가이드라인 연구사업 평가
2022.06.18 05:02 댓글쓰기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한국형 암 진료 가이드라인 연구에 나선 가운데 아직까지 환자 중심 접근 및 열악한 연구비 등 미흡한 점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쓴 소리가 나왔다. 특히 관련 단체들의 부진한 협업 활동에서 아쉬운 지적이 쏟아졌다.


1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AOS 국제학술대회 및 제48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11월 23일부터 국가 암 진료 가이드라인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당초 암종별 진료 가이드라인은 존재했으나 일부만 대한의학회 인증을 받은 탓에 표준화된 암종별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성이 대두돼왔다.


오는 2025년까지 5년간 예산 23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이 사업에서는 암종별 학회를 비롯한 암 전문 의료 네트워크와 협업으로 대한의학회에서 승인하는 공식적인 국가 암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


특히 국립암센터는 모든 암종에 대해 근거 중심 다학제적 진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수립 후에는 다기관 암 전문 네트워크와 연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축적한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이드라인 제·개정에 앞장서 치료 효과 향상을 추구해갈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형 암 진료 가이드라인 사업 설명회 기념 사진 모습.


"환자 중심 접근으로 국내 실정 반영해야"


표준화된 암 진료 가이드라인은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근거 중심 진료를 돕고 지역·계층 간 진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사업 개시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열린 암관련학회협의체 심포지엄에서 김현정 고려대학교 근거중심의학연구소장은 "지금까지 많은 암 관련 학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표준지침을 세우고 있지만, 환자를 고려한 접근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소장은 "과학, 학문, 윤리,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이드라인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환자 가치와 선호도 등 환자 입장을 반영하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일본의 경우 5년 전부터 환자 선호도를 반영한 가이드라인 제정에 힘을 싣고 있다"면서 "완성도 높은 암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환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 교수는 "열심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도 우리끼리만 아는 경우도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정말 잘 쓰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를 리드하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나라 지침을 우리나라에 모두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 "가이드라인이 더욱 신뢰도 높은 지침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실정을 반영한 표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 급여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참작 요인"


건강보험 급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가이드라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심평원 측 의견도 피력됐다.


김시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과장은 "심평원에서는 급여를 결정, 조정하는데 가이드라인을 참조하고 있다. 급여 심사에서는 명확한 기준이나 규정으로 정리할 수 없는 의학적인 요인이 있는데 이럴 때 참조하는 것이 바로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의 더딘 가이드라인 개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같은 경우 2~3개월마다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 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업데이트가 더디다 보니 최신 동향을 살피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급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2016년이나 2018년 자료를 보고 반영하고 있는 데다, 교과서적인 내용이 많아 국내 실정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부족한 연구비로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가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날 좌장으로 나선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서영진 교수는 유관 단체들의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서 교수는 "학회들의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워크숍 등이 필요하다. 대외적으로 암 진료 가이드라인 개발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이를 입증하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상균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국립암센터와 연구개발 사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은 많은 의사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협의해 개선하는 시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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