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 신임평가위원회를 대체할 전공의수련환경위원회가 설치된다. 전공의 수련시간은 주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연속 수련시간도 20시간 이내로 한정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공의 권리 보호와 환자안전, 우수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련제도 도입 60년 만에 처음으로 '전공의'만을 위한 특별법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일명 ‘전공의특별법’이다.
이는 현재 전공의 상당수가 수련병원에서 교육생이자 근로자로서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도 이에 따른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 양성, 환자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용익 의원은 수련병원에 대한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보고 예산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해당 법안이 표면적으로 전공의 처우개선에 관한 내용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높이기 위한 것인 만큼 국가 지원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당 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 이번 정기국회 때 ‘중점법안’으로 설정해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주체 참여하는 전공의수련환경위원회
전공의특별법은 대한병원협회 신임평가위원회를 대체할 전공의수련환경위원회(이하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해당 위원회는 수련환경 평가와 수련병원 지정, 전공의 인력 수급 종합계획, 전문의 자격 인정과 전문과목, 수련시간에 관한 사항 등 전공의 관련 정책 전반을 담당한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호선한다. 위원회에는 보건복지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병협, 대한의학회 등이 참여한다.
그간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에서는 수련병원 대부분이 병협에 속해 있어 신임평가위원회는 사용자 단체가 스스로를 심사하는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해왔다. 위원회는 이런 지적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김 의원은 “병협이 하던 역할이 대전협을 포함해 여러 단체가 참여하는 제3의 기관으로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 ‘공동참여 공동결정’ 구조”라고 설명했다.
신임평가위원회 기능 약화로 회원 관리의 기전을 잃는 병협에 대해서는 “참여도 제고를 위해 여러가지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고, 병협이 추가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시간 위반 시 징역 2년 이하 등 처벌
제정안에는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80시간 이내로 못 박았다.
연속 수련시간도 2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긴급 또는 응급상황 발생 시 연속 36시간 근무할 수 있으며, 수련과 수련 사이 최소 10시간 휴식시간 등을 규정했다.
시간 산정은 전공의가 수련병원 등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근로와 교육 모두를 수련시간으로 봤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전공의 휴일 및 연차휴가, 임산부 보호 등은 근로기준법을 준용했고, 연장, 야간 및 휴일 수련로 근로기준법에 입각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 가산 지급토록 했다.
가산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수당’ 지급 의무를 강화했다.
수련병원에 대한 국가 지원 법적 근거 완비
김 의원은 법안 통과 시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수련병원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우선 국가의 책무로서 수련기관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평가 및 육성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앞서 언급한 위원회에서는 이를 근거로 예산 지원 등에 대한 정책 등을 수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더불어 국가의 지원은 수련환경평가의 결과에 따라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달리 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예산 지원과 관련해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에 대해 “협의가 아직 안된 상태고 쉽게 동의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점점 확대하는 전략으로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수련을 국가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의료 인력을 국가에서 활용한다는 의미다. 초기에는 지원액보다 그런 의미 부여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공의특별법을 계기로 다른 보건의료인력 증원에 대한 타당성이 받아들여지면 건강보험료, 수가에 대한 깊은 검토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간호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인력을 더 많이 채용해 환자 대 의료인력 간 비율을 올려야 한다. 전공의와 같은 논지로 타당성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면 건강보험료나 수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외, 수련병원 장과 지도전문의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공의 폭행 금지 조항도 마련됐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병협·국회 설득 등 넘어야 할 산
전공의특별법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전공의특별법을 반대해왔던 병협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병협에서는 근로기준법과 다른 규정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련의이자 근로자인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전공의의 이중적 성격은 다른 법에서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심지어 자영업자는 고용자와 피고용자 모두의 성격을 띤다”며 “병협과 의견조율을 일부 했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수용했고, 나머지는 법안 논의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의 협조 역시 필수적이다. 이에 그는 여당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구할 방침이다.
특히 문정림 의원 등 의료계 전문가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포진돼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국회 복지위는 그 동안에도 늘 협조적이었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며 “여당도 적극 협조해주시리라 믿는다. 특히 문정림 의원 등이 법안소위에 있는데 이 사안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전공의들의 과로는 당사자에는 매우 비인권적인 문제이고, 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 부분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며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공의특별법이 전공의 수련 시스템 등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