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17조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이를 수가인상분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보장성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 재정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급자단체가 기대하는 만큼 흑자분을 고려한 인상은 곤란할 것으로 판단된다.”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영등포 남부지사)에서 진행된 재정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위원장으로 당선된 조재국 교수(동양대 보건행정학과)[사진]는 데일리메디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조 위원장은 “건보재정은 지난 5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당기 흑자 역시 4조원을 넘어서면서, 수가협상을 앞둔 공급자 단체는 이를 반영한 ‘밴딩 폭’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오는 5월 수가협상에 곧바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재정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즉, 흑자가 쌓였다고 해도 급여적용 확대나 법정준비금 등이 묶여 있어 예년과 비슷한 형태로 밴딩 폭이 정해질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은 “건보재정이 쓰이는 다양한 분야에 우선 순위를 정하기가 까다로운 게 현실이다. 수가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23일) 위원장으로 선출된 만큼, 아직 공개할 수 있는 수치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위원들과 논의를 통해 조만간 밴딩 폭을 구체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10~2012년 제6기 재정운영위 위원장직을 맡았던 경력을 되살려 수가협상 과정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령화·의료전달체계 개편 연구 주력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제8기 재정운영위원회의 목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수가협상에 주력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에 대해 결과물을 내보이겠다는 다짐이다.
조 위원장은 “우선 ‘종별 기능 재정립’을 주제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재정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비급여 관리, 현실성 있는 보장성 확대 방안 등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위원장은 “재정운영위 역할은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