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과학회가 수련병원 자격 기준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향시키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전공의 역시 단지 개원을 위해 수련 받는다는 생각은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내과 수련 기간 단축으로 수련병원, 지도전문의, 전공의 모두 엄격한 평가대에 오른다. 수련 기간 단축을 시작으로 수련 제도의 지각변동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종의 혁신이라고 했다. 현재 4년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짜깁기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념으로 접근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도전문의 역할 강화···교육 커리큘럼 구성 집중
대한내과학회 정훈용 수련교육이사(서울아산병원)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전공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수련 환경,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수련을 마치는 것이 최대 목표가 돼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단순 변화가 아니라 전공의 수련교육에 관한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고 해서 수정, 보완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의미다.
정훈용 이사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복지부에 내과학회 차원의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며 “지금까지는 필요에 의해 전공의 정원이 책정됐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교육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수련 기간 단축 논의를 진행하면서 사실 복지부도 일차의료 살리기에 있어 내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우려로만 제기되던 내과 전공의 미달이 현실화되면서 복지부 역시 기존과는 다른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이사는 "전공의들이 내과를 왜 기피할까라는 물음에서 추진된 수련기간 단축이 이뤄진 만큼 단순히 지식만이 아닌 술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데 접점을 찾은 것 또한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수련 기간 동안 나타나는 전공의들의 수행 능력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는 점에서 변수 역시 항상 존재했다.
참관에서 예진, 독자 진료능력 배양 '초점'
이제부터 내과학회만의 교육 커리큘럼에 이목이 쏠릴 때다. 가장 먼저 지도전문의의 능력을 보다 명확하게, 깐깐하게 평가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이사는 “그 동안 전공의 따로, 전문의 따로 돌아가던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 지도전문의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에 맞게 하나하나 학습 목표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미경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전공의들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몇 명의 환자를 보는 수준에서 수련이 이뤄졌다면 적정 수준이상의 수행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들 스스로도 일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빠르게 판단해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정 이사는 “예컨대, 4년차의 경우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을 암묵적으로 동의해줬지만 앞으로 수련 기간이 단축되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학회는 각 연차별 역할을 명확히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내과학회 내에서 가닥을 잡은 방향은 ‘보드 리뷰’다. 춘·추계학술대회를 통해 전문의 시험 영역 중 1/3을 학습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올해 추계학술대회에서는 하루를 더 할애해 보드 리뷰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수련병원 자격을 엄격하게 부여하는 것이다.
수련병원 ‘간판’만 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진정 수련을 할 수 있는 요건이 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이사는 “초음파, 내시경 등은 실제 현 시스템 하에서는 전공의들이 습득하기 힘들다”며 “이에 올해 전공의부터 수련목표 중 첫 단계로 초음파 교육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무늬만 교육이 아니라 초음파 및 내시경을 교육할 수 있는 초음파 지도전문의 인증을 추진하고 그들이 또 전공의들에 교육할 수 있도록 당장 10월부터 실시하겠다는 설명이다.
복지부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세부 정책을 시행할 것인가와 학회가 어떻게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련 자격을 갖춘 수련병원이 위상에 걸맞는 질적 수준을 갖추고 전공의들이 각 연차별로 스스로 역할을 수행할 준비와 자세가 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