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임박 '전공의특별법' 우려반 기대반
수련병원별 대응책 마련 고심 또 고심, '최대한 시행착오 줄이자'
2016.08.10 12:33 댓글쓰기

전공의들의 오랜 염원이던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최근 하위법령 제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병원과 교수, 당사자인 전공의들 간에는 전운마저 감도는 모습이 관측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수들은 물론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쏟아지는 등 험로가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전공의특별법이 고착화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전공의 근무 환경의 열악함은 단연 최고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팀의 지난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10명 중 7명이 "진료과정에서 졸았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의료사고로 이어질뻔한 적이 있다"는 답변도 40%에 달했다.

해외 연구에서도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공의가 의료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8배나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공의특별법(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이 법안은 ▲수련시간 주당 최대 80시간 초과 금지 ▲36시간 연속 수련 금지 ▲수련 규칙 작성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구성 등을 담고 있다.


전공의특별법은 올해 12월 2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수련시간 관련 조항은 오는 2017년 12월 23일부터 적용된다. 얼마 남지 않은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병원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분주하다. 


대다수 병원 과도기적 상황으로 확정적 방안 마련 못해 

“다른 병원은요?” 타 병원 상황을 먼저 물은 충남 소재 A대학병원 교수는 “우리도 현황 파악 중”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구체적 시행령이 나오지 않았으니 서두를 게 없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 처럼 각 의료기관들은 전공의특별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곳의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 소재 B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특별법 관련해 조금씩은 준비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는 병원이 현실적으로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전남 소재 C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모든 게 불확실해 내부조정 중이다. 과도기적 상황인 만큼 확정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논란이 됐던 연차 별 업무 균등 분배 문제에 대해서도 급하게 시행하기 보다는 주변 의료기관의 동태를 살피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D대학병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1~2년차 전공의가 3~4년차보다 업무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연차별 업무 균등 분배 관련해서는 많은 병원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은 닥쳐올 파장에 대해 어느 정도 각오를 한 모습이다. 자체적으로 전공의 근무시간 및 근무환경 평가기준을 마련해 부작용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곳도 보였다.


서울 E대학병원 교수는 “이미 단계적으로 준비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에 각 진료과가 잘 협조해 주고 있다”며 “물론 상황이 유동적이다 보니 완벽히 지켜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기본적인 방침으로 정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업무량 배분 및 근무시간 기록 등을 통해 개별 전공의가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지 않게 조절하고, 당직비 인상 등의 조항을 신설했다.


내부 상황 천차만별이어서 혼선 불가피


불만의 목소리는 없을까. 언제 환자가 발생할지 모를 가변적인 업무 환경에서 교육 이수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전공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주 80시간’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서울 소재 F대학병원 관계자는 “시간만 갖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논의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특별법은 내용보다 형식에만 치중한 꼴”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제한되면서 늘어나는 대체인력 비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경북 소재 G종합병원 원장은 “대체인력으로 꼽히는 호스피탈리스트의 겨우 연봉 1억원을 제시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전공의들에게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특수한 입장에 처해 있는 전공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80시간 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불만이다.


혼란은 당사자인 전공의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특별법 자체는 간단하다. 당직 등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그런데 현재는 혜택 받는 측과 손해 보는 측이 모두 존재한다”고 말했다.


근무 스케줄 및 업무 분담이 교수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개인적 판단에 따라 전공의들의 편의가 용인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것이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3일 이상 당직을 서지 못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규칙을 마련한 진료과가 있는 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논의를 일축하는 곳도 존재한다.


이 관계자는 “법 취지는 과도한 업무에 대해 명확히 보상하든지 추가인력으로 해결하라는 것이었는데 기존의 편의마저 앗아가는 곳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전공의 업무시간 제한으로 부족해진 일손을 보충하려는 다른 방법을 찾기보다 이들의 업무를 펠로우에게 떠넘기는 등 또 다른 희생양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공의는 “부작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 것은 아니지만 곧 지키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제도가 안착되면 환경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영채·한해진 기자 (ycyun95@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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