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기합 의대생들···'의료법에 인권 규정 명시 필요'
국가인권위 개최 토론회서 제기, 학계·복지부 등 '대책 마련'
2019.01.24 05:5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 의대생 A씨는 레지던트 선배에게 “선배라는 존재는 너를 도와줄 수는 없어도, 너 하나 인생 망치게 하기는 쉽다”라는 말을 들었다. 신고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이후에는 얼차려 등 동기들과 함께 집단 훈육도 받았다.
 

#. 의대생 B씨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고 싶었으나 선발과정에서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부딪쳤다. 교수들은 면접에서 남자만 뽑는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은 “여자는 임신하니까”였다.


A씨, B씨 사례는 1월23일 인권의학연구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공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담긴 의과대 학생들 경험담 중 일부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와 (사)인권의학연구소가 개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결과발표 토론회’에서는 의과대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의료계 내 인권 개선이 의대생으로도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 1763명(여성 743명, 남성 10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실태조사에서 49.5%(872명)가 "병원실습과 학업 관련 모임 등에서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120명(6.8%)에 달했다. 단체기합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역시 282명(15.9%)으로 나타났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김서영 부회장은 이 같은 인권 침해 실태를 설명하며 “의료법에서 의대생 역할과 지위도 명시했으면 좋겠다”면서 “의료계가 의대생의 인권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 또 의대학장협회는 미국학장단협회(AAMC)를 참고해 의대협과 함께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해 공조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권을 지켜달라는 의대생들의 목소리에 의료계 내 각 단체들과 정부는 의대생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하다는데 공감하고 향후 제도 마련을 약속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 뿐 아니라 전공의가 될 의대생들의 인권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며 “의대생 인권을 위해 대전협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의대생 폭력 가해자가 전공의라면 그 가해자에 대해서는 대전협이 나서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한희철 이사장은 “의대생들 문제제기에 100% 공감하는 바”라면서 “의학회, 수련병원협회 등과 의학교육을 위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협회 내부적으로는 ‘의학과 사회’라는 교과목을 개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AAMC에도 참석해서 설문조사 방법을 살펴봤다. 앞으로 이를 벤치마킹해 문제해결 노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김정훈 사무관은 “의대생들 목소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현재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의학교육 평가 인증은 전문적 교육 과정의 성과나 시설·설비가 주요 기준이다. 의평원, 인권위와 현재 적용되는 기준 외에 학생들의 폭력에 대해 논의해보게다. 또 의학교육 과정에 인권 항목을 편성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이제까지는 의료법이 의료서비스에 대한 것으로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서는 개념이 필요하다”면서 “의사 행정처분이나 의료법 위반사항이 진료 중 성범죄 부분만 있다. 직무관련 폭행을 비롯해 후배의사, 간호사, 의료관계 종사자들에 대한 폭력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조치가 마련되더라도 결국에는 의료계 내부 자정노력이 필요한 문제”라면서 “의사는 사회 엘리트층이다. 과연 금지와 처벌, 강압적인 규정이 이 문제 해결책으로 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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