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시대 전공의 지원 '인기과' 판도 주목
예방의학·내과·가정의학 '지원율' 관심···일차의료 핵심 주치의 제도 등 변수
2021.11.19 06:1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기획 3] 2022년도 전공의 전형 시즌이 도래했다.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듬해 성장기조를 내세운 병원들은 양질의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벌써부터 분주하다. 이색적인 온라인 홍보부터 차별화된 해외연수 프로그램까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전공의 모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는 ‘빅5’ 병원들의 성적 판도 변화도 관심사다. 각 전문학회별 성패 역시 의료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저출산, 수술실 CCTV 설치 및 의료인 면허취소 처벌 조항 강화 등 다양한 사회적 상황이 예비 전공의들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슈는 특히 필수진료과인 내‧외‧산‧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도 하다. 2022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의료계 여러 변화들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데일리메디가 6회 연속 기획으로 전한다. [편집자주]
 
⓵ 귀하신 전공의, 전국 수련병원들 유치경쟁 치열
⓶ ‘빅5’ 자존심 싸움, 예비전공의 선호도 어떻게 움직였나
⓷ ‘위드코로나’, 전공의 인기과 판도 뒤흔드나
⓸ 데드크로스 위기 맞은 산부인과, 3년제 전환 가능성
⓹ 3년제 전환 결단 내린 소청과, 특화전략 ‘소아입원전담전문의’
⓺ 수술실 CCTV 설치법, 갈등 깊어지는 외과계 지원자들
 
전례 없는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의 의료정책에도 새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일상 속 건강관리 체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려는 모습이다.

이 같은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진료과목별로도 적잖은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때문에 내달 레지던트 모집을 앞둔 의료계는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시스템이 손질되면서 그동안 비주류에 속했던 전문과목이 새삼 조명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공의료 확장 기조 주목받는 ‘예방의학과’
 
감염병 사태 이후 떠오른 화두는 ‘예방’이다. 어떤 질병이든 조기에 잡는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질병을 조기에 막기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책을 수립하는 예방의학과 전문의들의 쓰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방의학과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차기 이사장)는 “코로나19 사태가 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면서 예방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사회적 필요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공공성 강화 전담조직을 신설하게 한 것을 언급했다.
 
앞서 교육부는 국립대병원장의 공공성 강화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구성토록 했다. 부원장급을 장으로 두는 이 조직은 교육·연구·진료에서 공공성 강화 업무를 총괄 전담한다.
 
홍윤철 교수는 “국립대병원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이 조직의 목표는 지역사회 건강 유지‧증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조직의 장에 가장 적합한 전문과목은 바로 예방의학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립대병원 외에 각종 정책자문기관 등에서도 앞다퉈 예방의학 전문가를 찾아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대한예방의학회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향후 수련계획 개편방안을 고민 중이다.

홍 교수는 “실효성 있는 예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선 실제 환자와 맞부딪치는 경험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된 교육과정이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학회 내부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상 생활 속 건강관리 토탈케어 ‘내과‧가정의학과’ 
 
내과와 가정의학과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 받고 있다. 생활 속 건강관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또 정부가 일차의료기관이 주도하는 ‘주치의제도’를 다시금 눈여겨 보기 시작하면서다.
 
개원가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두 진료과는 가장 가까이에서, 또 신속하게 환자의 이상증상을 잡아내고 대처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과는 달리, 당사자들의 전망은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은 모습이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대한내과학회 회장(한림대성심병원 교수)은 “내과는 분명 코로나19 사태와 많은 연관이 있었던 전문과목이지만 예비 전공의들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먼저 감염내과다. 대형병원은 물론 정부기관에서 감염내과 전문의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일각에선 향후 분과전문의 과정까지 바라보면서 당장 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기석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중 감염내과가 가장 많은 업무과중이 일어났다”며 “숨 돌릴 틈도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본 예비 전문의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고된 근무환경을 꺼려하는 기색이 적잖다"고 상황을 전했다.
 
반대로 호흡기내과의 경우 “너무 환자가 없어 문제”라고 말을 이었다.
 
정 회장은 “언제 또 다시 신종 호흡기 감염병이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호흡기내과 지망자가 늘지 않았냐는 얘기가 있는데, 정작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한가해진 곳이 호흡기내과”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출입자 관리 등 병원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이 오히려 병원을 찾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 씻기, 마스크 쓰기와 같은 생활방역 수칙이 일상화되면서 관련 환자가 줄기도 했다. 
 
가정의학과 또한 환자가 감소한 상황은 예비 전공의들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얘기했다.
 
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정책이사(강북삼성병원 교수)는 “가정의학과를 비롯해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개원 비율이 높은 진료과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많은 타격을 입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개원가 상황이 어떤지 가장 민감한 이들이 예비 전공의”이라며 “실제로 감염병 사태가 한창인 지난해에도 가정의학과 지원율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차의료 방파제인 내과와 가정의학과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는 동의했다.
 
강재헌 이사는 “정부가 유행성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면서 일차의료 핵심인 주치의 제도에 대한 논의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폭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기류를 이해하고 있는 예비전공의들도 있는 만큼 올해 지원율은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회장 또한 "최근 대선주자들도 공약에서 언급하는 등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내과의사들의 활약상이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위드 코로나에도 ‘묘책’ 없는 기피과…내외산소 구인난 여전
 
코로나19 장기화가 전공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며 판도가 변화하는 가운데, 기피과로 외면받아 온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소아청소년과는 코로나19 이후 전공의들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됐는데 2021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0.29대 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꾸준히 감소해 지난 5년 동안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26개 전공 중 가장 많이 급감한 것이다.
 
외과 역시 지난 2020년 176명 정원에 128명만 지원해 경쟁률이 0.73대 1에 그쳤으며, 2021년도는 178명 정원에 141명만이 지원하면서 경쟁률은 0.79대 1을 기록했다.
 
산부인과도 이번 2021년 전공의 모집에서 144명 정원에 110명이 지원하며 미달 사태를 면치 못했다. 경쟁률은 0.76대 1이다.
 
'빅5' 병원에서 교육수련을 담당하는 A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전공의 지원에도 적잖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필수진료과는 예외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공의 사회 내부적으로도 필수진료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역력하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수 많은 과에서 전공의 업무가 가중됐는데 내과는 부담이 매우 크다”며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수련교육 질 보장과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과 또한 전공의 번 아웃(burn out) 상태는 최근 개최된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 따르면 외과 전공의 가운데 80%는 사직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업무 양 과다’를 가장 주된 요인(48.5%)으로 꼽았으며 ▲타과와 비교해 삶의 질이 매우 낮음(40.8%) ▲피교육자가 아닌 노동자로만 여겨짐(40.8%) 등도 언급됐다.
 
A교수는 “사실 그간 전공의를 병원 입장에서 값싼 인력으로 보고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세대의 요구를 파악하는 등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데일리메디는 이번 2022년도 전공의 전형 역시 각 수련기관별 원서접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인턴의 경우 2022년 1월 21일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1월 26~27일 면접, 28일 합격자 발표 일정으로 짜여졌다.
 
후기모집은 2월 3일 원서접수, 7~8일 면접, 합격자 발표 9일이다. 추가모집 원서접수는 2월 21일부터 진행되며 23일 면접, 24일 합격자가 발표된다.
 
보도는 원서접수 마감일인 12월 8일(레지던트) 오후 5시, 2022년 1월 25일(인턴) 오후 5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

박정연·임수민 기자 (mut@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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