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병원 ‘인기과 쏠림·필수과 미달’ 양극화 심화
2022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전공의 처우·수련문화 개선 일부 병원 호성적
2021.12.20 05: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 접근성이 낮은 지방병원은 높은 연봉에도 의사들이 좀처럼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이러한 지방 기피 현상은 전공의 모집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22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몇몇 지방 병원들은 미달사태를 피했다. 충원에 성공한 병원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어떤 병원들은 고질적인 전공의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전공의 처우나 수련문화를 개선하고, 이러한 사실이 입소문을 탈 수 있도록 홍보 활동도 적극 시도했다.
 
또 다른 병원들은 기피과 정원이 없거나 기피과 정원에서 발생한 공백이 인기과에서 메워졌다. 기피과 모집을 아예 진행하지 않으면서 미달사태를 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2022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 서류접수는 지난 12월 9일 마감됐다. 데일리메디가 86개 수련병원 충원율을 조사한 결과, 일부 지방 소재 병원들은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방국립대병원‧공공병원 인기과 중심 ‘희(喜)-비(悲)’ 갈려
 
2022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지방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은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방국립대병원의 경우 부산대병원이나 전남대병원 등 일부 병원은 안정적으로 충원에 성공했지만, ‘미달’ 사태를 면치 못하고 마무리 지은 병원도 많았다.
 
전남대병원은 정원 71명 모집에 총 92명이 지원하며 경쟁률 1.3대 1으로 마감했다.
 
전남대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1.6:1), 안과(3.5:1), 영상의학과(2.5:1), 재활의학과(4:1), 정형외과(2.8:1), 정신건강의학과(2.5:1) 등 인기과는 정원을 훨씬 웃도는 지원자가 모여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외에도 전북대병원(1.22:1)과 경북대병원(1.1:1), 부산대병원(1.05:1) 등이 넉넉하게 충원에 성공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전북대병원은 영상의학과(3:1), 정형외과(2.67:1), 피부과(2:1)에서 ▲경북대병원은 피부과(4:1), 정형외과(2.3:1), 영상의학과(3.5:1) ▲부산대병원은 정형외과(2.5:1), 병리과(2:1), 안과(1.3:1)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충남대병원(54명 모집)은 54명 모집에 정확히 54명이 지원해 모집정원과 지원자가 일치했다.
 
반면, 충원에 실패한 병원들도 있었다. 경상대병원은 정원 36명에 지원자 33명으로 0.92: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아쉽게 충원에 실패했으며, 양산부산대병원 역시 49명의 전공의를 모집하고 나섰지만 지원자는 45명에 불과해 경쟁률 0.92:1로 마감했다. 
 
그 외에도 충북대병원(0.89:1), 창원경상대병원(0.75:1), 제주대병원(0.65:1), 화순전남대병원(0.5:1) 등이 미달로 마감했다.
 
이들은 특히 기피과를 중심으로 낮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창원경상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1명 모집)와 흉부외과(1명 모집)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제주대병원은 병리과(2명 모집)와 흉부외과(1명 모집)가 지원자 0명으로 씁쓸한 마무리를 했다.
 
지방 공공의료원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부산의료원은 8명 모집에 8명이 지원해 1: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충원에 성공했다.
 
부산의료원은 인기과인 정형외과의 경우 1명 모집에 5명이 지원하며 5: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내과는 1:1, 가정의학과는 4명 모집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심각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였다.
 
국가정신건강정책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인 국립부곡병원과 국립나주병원은 정원과 지원자가 일치해 경쟁률 1:1을 보였다. 
 
대구의료원은 정원 6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절반인 3명에 불과해 경쟁률 0.5대 1으로 마감했다.
 
4기 상급종병 진입 강릉아산병원 선전…충원 성공 몇몇 중소병원 ‘눈길’
 
지방 소재 대학병원들 중에선 4기 상급종합병원에 새롭게 진입한 강릉아산병원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11명 모집에 13명이 지원하면서 1.18:1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릉아산병원의 경우 올해 기피과 정원의 거의 없었다.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같은 인기과들이 무난하게 모집에 성공하면서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했다. 특히 정형외과의 경우 2명 모집에 4명이 지원하면서 경쟁양상을 보였다.
 
전남 지역 상급종합병원 2곳 중 한 곳인 조선대병원도 미달을 피했다. 36명 정원에 36명이 지원하면서 정원과 지원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다만 비인기과인 병리과, 산부인과, 소청과는 지원자가 없었다. 대신 피부과 등 인기과에 인원이 몰리면서 총 경쟁률이 올랐다.
 
순천향대구미병원과 건국대충주병원은 지원자수 자체가 많지 않았던 경우다. 순천향대구미병원은 직업환경의학과와 성형외과에서 각각 1명씩을 선발하는데 2명이 지원하면서 1.5:1 경쟁률로 마무리했다.
 
지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국대 충주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만을 1명 모집해 1명 충원에 성공했다.
 
중소병원 가운데 2:1을 기록한 부민병원도 정형외과 정원 1명에 2명이 지원하면서 총 경쟁률이 높았던 경우다. 메리놀병원 또한 내과, 안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비교적 선호도가 높은 과를 위주로 모집하면서 1.33:1 경쟁률로 무사히 마무리했다.
 
이어 17명을 모집해 18명이 지원한 대구파티마병원은 여러 개의 전문과목에서 모집을 진행했는데, 이 중 소청과 충원에 성공한 점이 눈에 띈다. 
 
지방병원 비인기과가 선전한 또 다른 사례로는 제주한라병원이 있다. 신경과 지원자가 정원을 넘어섰다. 전체 경쟁률은 1.25:1이었다.
 
지방 소재 상급종합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전공의 모집률은 인기과와 비인기과 TO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총 경쟁률을 조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병원의 네임밸류보다 전문과목에 따라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총 경쟁률이 미달한 지방 소재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각 의국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병원 수련환경에 대한 선배 전공의들의 입소문이 돌면서 매년 나아지는 추세”라며 “비록 올해는 총원을 모두 채우지 못했지만, 이러한 성장세는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박정연·임수민 기자 (mut@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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