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T 기반 첫 의사국시 후유증···'기기 결함' 불만 속출
국시원 '시험 전날 제품 전수조사, 문제된 마우스 첫날 이후 모두 교체' 해명
2022.01.12 05:4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국내 도입 70년만에 처음으로 컴퓨터 기반(CBT)으로 진행됐던 의사국시 응시생들이 기기 결함에 불만을 표출하며 시험을 주관한 국시원의 관리 부실을 문제 삼고 나섰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지난 1월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전국 6개 지역 16개 시험장에서 제86회 의사국시 필기시험을 데스크톱PC 기반 컴퓨터시험으로 진행했다. 응시생은 총 3328명이다.
 
이번 시험은 임상 현장감을 구현한 멀티디미어 문항 등을 출제하기 위해 그동안 종이시험 기반의 전통적인 시험방식에서 벗어나 데스크톱PC 기반의 CBT 방식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컴퓨터 기반 시험 도중에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거나 일부 마우스가 클릭이 잘 안 되는 등의 기기적 결함이 나타났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22 의사국가고시 관리가 부실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서울에서 의사 국시를 치렀던 자녀의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자녀가) 시험을 치룬 고사장 학생 약 35명 중 7명이 마우스 불량 문제를 겪었다. 20% 수준이 마우스 불량을 경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1교시 시험 중간쯤 답안을 점검하다가 이미 지나간 문제들이 전혀 체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체크하던 중 마우스가 심히 불량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열 번 넘게 클릭해야 간신히 원하는 곳에 체크가 되는 문제로 마우스 클릭에 집중하느라 시험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마우스 클릭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시험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클릭이 잘 되지 않아 주어진 시간의 15% 정도는 마우스에 할당해야 했다”며 “지문이 긴 경우는 밑줄을 긋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불량한 마우스로는 밑줄 기능이 되지 않아 동일 지문을 여러 차례 찾아 읽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또한 클릭 오류로 여러 차례 클릭을 반복하다 보면 한 번에 서너 문제가 넘어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해야 했다”며 “자신이 선택한 답을 입력하고 다음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정답을 입력하느라 수십차례 클릭을 반복하는 것이 국가고시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원인은 시험 당일 고사장에 있던 감독요원들이 문제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첫날 문제가 된 마우스로 시험을 본 것도 억울한데 다음날조차 마우스 불량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감독관이 기껏 해준 조치는 비어있는 자리로 옮겨 준 것인데 그 자리 역시 마우스가 불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루를 넘기고도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것이 상식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의사 국시는 불량한 마우스를 배정받은 학생들에게는 불공정한 시험”이라며 “CBT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 합격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시험을 다시 CBT 형식에서 OMR로 바꿔달라”고 덧붙였다.
 
국시원 “불편함 느낀 학생들에겐 미안”
 
시험을 주관한 국시원 역시 이러한 문제점과 불만사항을 인지하고 있었다. 
 
국시원 관계자는 “아직 국시원 자체 시험장이 없어 중고등학교 등 시설을 빌려 시험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일 년에 한 번뿐인 중요한 시험에 마우스 등으로 불편을 겪은 학생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시원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청원인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시원 관계자는 “시험 전 직원들이 몇 번이나 시험장을 방문해 기기 전수테스트를 진행하고 이상이 있는 부분들을 확인했다”며 “시험 하루 전날에도 전수조사를 통해 이상이 있는 기기를 변경했지만 기기 특성상 당일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란이 된 마우스는 7~8명 정도 학생이 문제를 제기해서 3명은 즉시 교체해주고 나머지도 1일 차 시험이 끝난 후 모두 새 것으로 바꿔줬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첫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기억으로 둘째날도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국시원은 올해 전용컴퓨터시험장을 구축하기 위해 국비를 확보한 상태로 자체시험장이 생기면 최신장비와 안정화된 네트워크가 마련되고 직원들이 수시로 유지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다만 이러한 문제들로 합격률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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