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제약계 인력 지각변동···화이자, 대규모 감원
'영업 방식, 대면→비대면 전환' 발표···국내 제약사도 영업사원 감소 추세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코로나19 유행으로 약 2년 간 비대면 영업 방식을 취해온 제약업계. 특히 글로벌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영업사원의 대규모 감축이 현실화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코로나19 유행 후 다수의 대형병원 출입구에는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 제한’ 등의 안내문이 부착돼있을 정도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종종 시도해온 비대면 영업 방식을 본격적으로 취하고 발전시켜왔다.
특히 다국적제약사들은 사업부 개편 등을 이유로 수시로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시행해 인원을 줄여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영업 전환 및 디지털 기술 발전이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로 대규모 수익을 올린 미국 화이자가 영업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판매직 사원을 대폭 감축한다.
화이자는 “코로나19로 접촉을 꺼리는 의료진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고려했다”며 “더 집중적이고 혁신적인 바이오제약 회사로 진화해 디지털화하는 세계에서 의료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발전시켜가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전문성과 자원을 배치하기 위해 인력에 변화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외신은 “화이자에서 수백명의 직원이 나가게 될 것이며 회사는 감원 규모의 약 절반 정도를 위한 일자리를 다른 지역에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세계 10만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로슈도 대규모 인원 감축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로슈 최고 의학 책임자 레비 개러웨이는 “2021년 말까지 특정 사업부문 인력 5~7%인 약 300~400명을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화이자 업존 사업부와 마일란이 합병해 출범한 비아트리스도 출범 당시 “2024년까지 약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인원 감축을 언급했다. 전세계 4만5000명 중 약 9000명의 인력 감축을 예상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某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정상화되면 여러 외자사들이 인력구조를 재편할 것이다. 그동안 비대면 영업·마케팅, 재택근무 등을 해봤고, 매출 규모도 크게 변화가 없었다. 직원들에게 많은 복지 비용을 들이면서 고용할 이유가 없어질 수 있다. 구조조정은 향후 더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외국계 제약사들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국내 제약산업 자료도 최근 공개됐다. 국내 제약사들도 성장규모 대비 영업직 종사자는 계속 줄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21 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관련 업체수와 종업원수는 지난 2011년 각각 823곳, 7만4477명에서 2020년 1398곳, 11만4126업체로 증가했다.
반면 영업직 비중은 같은 기간 내 32.9%에서 22.2%로 약 10%p나 줄었다. 함께 조사된 사무직·연구직 등이 각각 약 19%대, 11%대를 유지하며 큰 변화가 없었고, 생산직은 기존 31.6%에서 40.5%로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양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