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의약품 첨가물 '발암 위험' 촉각···제약사들 긴장
유럽의약품청, 이산화티타늄 '퇴출' 예고···식약처 '조사 후 입장 발표'
2022.02.10 06:1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또 다시 의약품 발암 이슈가 재점화될 예정이다. 의약품 제조 시 첨가되는 '이산화티타늄(약전명 산화티탄)'에서의 발암 위험이 보고되면서 국내 규제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에 이산화티타늄 사용 현황 파악을 위한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과학적 분석과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 첨가물로서 사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며 "이산화티타늄 사용 필요성과 대체물질 등에 대한 의견을 현황 자료와 함께 제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EU 회원국은 지난해 10월 식품, 의약품에 이산화티타늄을 첨가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산화티타늄을 첨가물에 사용할 경우 유전독성(발암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어 더 이상 안전하다고 간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이후 지난달 14일 EU집행위원회가 이산화티타늄 사용 금지를 정식 발표했다. 

식품에 대한 이산화티타늄 첨가물 사용 금지 규정을 지난 2월 7일 공식 발효됐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의약품에 대해선 추가 기간을 더 부여한다.
 
EMA 발표에 따르면 유예기간 동안 이산화티타늄을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을 찾거나 개발해야 한다. 이산화티타늄 퇴출 시 전(全) 세계적으로 의약품 부족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산화티타늄은 고체형 의약품에 주로 사용되는 성분으로, 의약품 착색이나 코팅에 많이 쓰인다. 정제는 물론 캡슐제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EU의 고시가 나오자 식약처는 유관 협회를 통해 현황 조사를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산화티타늄 사용량 및 사용 제품 파악에 들어갔다. 자사품목은 물론 위탁생산 품목까지 확인 중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자체 품목은 물론 위탁 제품까지 이산화티타늄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조사를 해 보니 경구제 의약품 중 이산화티타늄이 안 들어간 제품을 찾는 게 빠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순물 검출 의약품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첨가제에서도 안전성 이슈가 나오니 앞날이 깜깜하다"며 "혹시 회수 조치라도 나올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내사 관계자는 "품목허가 사항을 확인하며 검토 중인데 대상 품목이 100개가 넘었다"며 "앞서 터진 발암 이슈를 보면 식약처가 국민 건강을 고려해 강도 높은 조치를 내린 적이 많아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산화티타늄 퇴출 시 대체재로 무엇을 써야 할지, 추가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는지 등도 고민거리다. 

실제 EMA는 이산화티타늄을 대체하는 물질을 사용할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위해 생동성 시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고지했다. 첨가물 변경이 효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관협회 관계자는 "일단 식약처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EMA는 이번 조치가 전 세계 의약품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미국이나 일본 등의 판단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협회에 공문을 보낸 상태로 현재는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며 "진행 상황을 보고 추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을 꺼렸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