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가 ‘희귀의약품 시대’ 대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제약 시장이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고가 바이오의약품으로 재편되는 만큼 국내 업계도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최근 서울 코엑스 바이오사이언스 위크 행사장 내에서 열린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주최 ‘제약‧바이오헬스 통계포럼’의 첫 번째 연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현재 제약업계는 빠르게 희귀의약품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실제 수익 측면에서도 제네릭의약품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는 추세다. 우리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희귀의약품 개발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에는 매출 상위 10개 제품 중 단 2개만이 바이오의약품이었지만, 현재는 항체치료제 7개, 백신 1개를 포함해 바이오의약품 8개가 매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모더나의 mRNA 코로나19 백신도 개발이 1년만에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그 전부터 플랫폼 연구가 있었던 까닭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근 규제 쪽에서도 고가 희귀의약품이 패스트트랙이나 가속승인 등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글로벌 대세에 맞춰 산업적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바이오의약품, 특히 희귀의약품 주도 시장 변화에 발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충족 의료 수요 발굴 시급, 위험성 크지만 선두주자 가능"
정윤택 대표는 이날 국내 제약업계가 주목해야 할 핵심 키워드로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를 제시했다.
그는 “미충족된 의료 수요를 찾아야 한다. 위험성이 크지만 선두주자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셀트리온도 위험성을 안고 바이오시밀러에 주력한 결과, 10여년 만에 매출 1위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새로운 시장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빅파마들도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파이프라인을 늘리면서 다양한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연구 설계에 대한 접근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식은 임상시험 전문가들도 비슷했다.
강령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부연구위원도 “미국에서는 이미 환자 중점 신약 개발(patient focused drug development)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임상 프로토콜 수립에 환자가 직접 참여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임상시험 비전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환자 알권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019년 10월부터는 의약품안전나라 등을 통해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관한 70여 가지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환자 중심 임상이 떠오르고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어렵고 개시가 지연되는 까닭”이라며 “해외의 경우 원격진료, 원격배송 등을 통해 분산형 임상 진행을 위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세계 제약시장은 최근 생물학적제제, 특히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중심으로 이동 중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만성질환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전체적으로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 임상 건수는 증가하고 있는데 성공률은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퀵 윈, 패스트 페일’(Quick win, fast fail) 전략을 잘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