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비만치료제 급여화 필요' vs 政 '시기상조'
학회 '수술 전(前) 중간단계 치료 필요'···복지부 '비용효과 측면 의문'
2022.04.23 06:42 댓글쓰기
촬영=신용수 기자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의료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난 비만 인구에 대해 적극적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고도비만 환자 대상 치료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날 의료계 의견에 대해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다른 질환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비만 팬데믹, 단순 예방을 넘어 적극적인 치료로’ 토론회에서 “비만 유병률은 늘어가고 있는데 치료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중간 단계인 약물 치료에 대한 옵션이 없어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비만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최 의원 외에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무소속) 이창범 대한비만학회 이사장(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내사대과 교수) 등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고 교수는 “삭센다나 제니칼 등 현재 시판 중인 비만치료제는 수술보다는 그 효과가 덜하지만 부작용 등에서는 수술보다 위험부담이 낮다”며 “아직 국내 허가되지는 않았지만 티르제파티드나 세마글루티드 등 해외 신약의 경우 수술에 준하는 체중 감량 효과를 지닌다. 비만 치료제는 현재 급여가 된 수술 못지 않은 중간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을 중심으로 비만 치료를 급여화한 국가들이 적지 않다”며 “영국의 경우 삭센다와 노보노디스크 ‘웨고비’ 등에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만약 해외 급여 사례를 국내 적용해 소요 비용을 예상한다면, 해외 사용 승인된 삭센다와 제니칼 기준 연간 총비용이 약 200억원, 국내 장기사용 승인된 큐시미아와 콘트라브까지 포함하면 약 260억원이 될 것으로 본다”며 “본인부담률까지 고려하면 비만대사수술에 적용된 급여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발제자였던 고 교수 외에도 여러 의료진이 비만 치료제 급여화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경덕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을 금연과 비교하면서 정부 지원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금연 클리닉과 비만 클리닉이 유사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흡연자들은 환자인가 묻고 싶다”며 “복지부에서는 흡연을 일종의 질병으로 보고 금연 치료를 운영‧지원하고 있다. 비만 또한 같은 범주에서 봐야 한다. 비만 또한 미용적 목적이 아닌 아닌 질병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현재 삭센다 등 비만치료제는 의료 현장에서 처방 가격이 제약사 공급 가격과 비교해 차이가 심하다. 비만을 거의 미용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없기 떄문”이라며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급여화를 통한) 가격 규제가 있어야 정말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비만 치료제 급여화에 부정적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영대 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우선 약제 급여의 경우 직권 절차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청에 의해 이뤄진다”며 “제약사에서 신청이 들어와야 검토를 할 수 있다. 다만 제약사 측에서 급여화에 대한 원동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정부는 팬데믹 상황에서 비만 증가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하지만 정책적 노력과 건강보험 적용을 동일선상에 두고 볼 수는 없다. 실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부분, 특히 약제 급여화에 대해서는 의료진 생각보다 엄격하게 비용효과성을 보고 있다. 실질적인 자료가 제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비용효과성은 결국 다른 질환과의 우선순위를 비교하게 된다. 최근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치료제 부재 시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이 킴리아 같은 초고가 약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비급여 중 유사 질환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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