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잇달아 회사명을 변경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하거나 그룹 내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홀딩스), 보령제약, 휴온스,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이 잇달아 사명 교체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8년 녹십자홀딩스를 GC로 바꾼 GC녹십자는 계열사 이름에 GC를 붙이며 통일성을 부여했다. 이후 계열사 간 M&A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사명을 더 간결하게 바꾸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GC녹십자지놈은 'GC지놈'으로, GC녹십자헬스케어는 'GC케어'로 바뀌었다. GC지놈은 유전자 검사 등 주력 사업이 잘 드러나는 이름이며, GC케어도 디지털헬스케어 전문IT 플랫폼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부각했다.
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을 합병한 뒤 GC셀로 간판을 교체했다. GC셀은 면역세포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며, 최근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했다.
1963년 설립된 보령제약은 59년만에 처음 사명을 변경했다. 새로운 이름은 '주식회사 보령'이다. 제약을 빼고 새 간판을 내건 보령은 제약을 넘어 사업 영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실제 미국 우주 개발 전문기업 액시엄 스페이스, 글로벌 항공우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스타버스트와 함께 우주헬스케어사업에 도전한다. 이 같은 변화는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 손자 김정균 대표 취임과 맞물려 있다.
3세 경영 시대를 연 김정균 대표 체제 아래 보령은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는 휴온스글로벌도 계열사 사명 교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장품 용기·부자재 기업인 블러썸엠앤씨을 인수한 후 휴온스블러썸로 이름을 바꾼 뒤 '휴엠앤씨(HuM&C)'로 다시 변경했다.
휴온스네이처와 휴온스내츄럴을 합병해 '휴온스푸디언스'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휴온스메디케어와 손자회사 휴온스메디컬을 합병해 '휴온스메디텍'으로 회사명을 교체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와 합작설립했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인 '디엠바이오'를 인수한 뒤 사명을 '에스티젠바이오(STgenBIO)'로 바꿨다.
에스티젠바이오에 포함된 에스티는 '과학기술(Science Technology)'을 의미한다. 그룹사인 동아에스티와 에스티팜에도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어 통일된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처럼 사명 교체 트렌드가 붐을 이루는 이유는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통일된 사명은 해외 파트너들이 기업 가치나 브랜드 이미지를 쉽게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력이 상당한 제약사들이 사명 교체를 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쉽게 어필하고, 각인시키기 위해서 짧고 명확한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