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제일약품이 지난해 상장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일동제약도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하며, 손손실은 1010억원에 달했다. 동아ST 역시 수익성이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5000억원대 제약사들의 영업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판매관리비 증가, 상품 매출 의존도 확대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신약개발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 일동제약, 동아ST 등 매출 5000억원 이상 제약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R&D 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주가 하락 등의 위험이 크지만 현재보다 미래에 과감하게 배팅한 것이다.
R&D 투자를 늘려 신약 및 개량신약을 개발하거나, 개발 물질을 기술이전해 생긴 수익을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제일약품은 지난해 R&D 투자비를 대폭 늘렸다. 작년 3분기 기준 R&D 지출은 259억원으로, 이는 2020년 전체 연구개발비 243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 비용은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작년 12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보물질 'JP-1366' 임상 3상을 승인받고, 췌장암 신약 후보물질 'JPI-547'의 임상 1b상 시험계획 승인을 획득하는데 쓰였다.
회사 관계자는 "온코닉테라퓨틱스의 경우 임상 비용은 물론 관련 행정절차에 드는 비용이 만만찮았다"며 "여기에다 우리 회사가 진행하는 개량신약 과제들도 있어 지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은 작년 상장 이후 처음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700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5억원, 순이익은 -150억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R&D 비용 증가와 함께 높은 상품 매출 비중도 적자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제일약품 매출 중 상품 비중은 78% 나 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라도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동제약도 비슷하다. 작년 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순이익은 -1010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매출도 전년 대비 0.3% 줄어든 5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많이 개발해 성공률이 높은 후보물질을 골라 허가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도 있어 R&D 투자가 더 많았다.
현재 당뇨병 치료 신약 후보물질 임상 1상이 독일에서 진행 중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후보물질은 올해 2분기 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와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각각 3, 4분기 임상시험계획 신청을 할 예정이다.
여기에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도 곧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임상시험 과제가 진행돼 R&D 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1년 3분기 기준 일동제약 R&D 투자액은 796억원으로 이는 2020년 총 연구개발비 786억원을 넘어섰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19.1%로 1조원이 넘는 국내 대형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비율은 더 높은 상황이다.
동아ST, 15.7% 신약개발 투자 등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
동아ST도 R&D 투자를 확대하며,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R&D 비용은 71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5.7%를 신약 개발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출혈이 생겼다. 매출은 전년 대비 0.6% 오른 5901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54.5% 하락한 155억원, 순이익은 85.9% 급락한 39억원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인 R&D 투자로 동아ST 파이프라인은 화려하다. 현재 대사내분비치료제 DA-1241, DA-1229(슈가논), 패치형 치매치료제 DA-5207, 과민성방광치료제 DA-8010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당뇨병치료제 DA-1241은 미국 임상1b상 완료하고, 글로벌 임상 2상 준비 중이며,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의 글로벌 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아ST 측은 "영업이익은 R&D 비용과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 구축 등에 따른 판관비 및 수출비용 증가로 하락했다. 하지만 단기와 중기, 장기로 나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R&D 과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