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마약성진통제 오남용이 심각한 미국에서 해당 약제의 퇴출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마약성진통제 의존율이 미국 등 서구 못지않게 높은 우리나라도 최근 해당 약제의 마약류 지정을 검토하고 있어 관련 시장에 변화가 일어날지 추이가 주목된다.
마약성진통제인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 퇴치를 선언했던 미국 바이든 정부는 최근 2023년도 회계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오피오이드 퇴치 사업’ 예산을 편성했음을 알렸다.
국내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금년 1월 마약성진통제 등을 대상으로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기준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이어 2월 초에는 마약성진통제인 ’트라마돌‘ 성분 제제의 마약류 지정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제조·수입사 및 협회에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다만 식약처에 따르면 이는 방향성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트라마돌의 마약류 지정에 대한 필요성이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 제기됨에 따라 업계 의견을 수렴키 위한 차원이었다.
트라마돌은 타 마약성진통제와 마찬가지로 아편유사제 수용체에 작용해 진통효과를 내나, 의존성·부작용이 낮다고 알려져 국내서는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서 현재 403개 품목이 유통되고 있는데, 복합제로는 한국얀센 울트라셋정·셀트리온 아라펜정·삼천당제약 듀오셋정, 단일제로는 유한양행 트리돌주 및 트리돌캡슐·경동제약 경동캄펙스주 등이 있다.
트라마돌 성분 제제는 지난해 원외처방액 1160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트라마돌이 마약류로 지정된다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출입 허가, 보고 및 의료기관 내 처방 등에 있어 각종 제한이 생겨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관련 논의는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트라마돌 성분 제제 제조사 관계자는 “지난달 식약처에 의견서를 전달했는데 아직 별도 피드백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계 및 학회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받아 현재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안은 비마약성진통제?···미국은 적극 육성 한국은 각자도생
바이든 정부는 마약성진통제 제조사·유통업체 등에 오남용 관련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던 한편, 그 대안으로 비마약성진통제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 등으로 대표되는 비마약성진통제는 중등도 이상의 통증 완화에는 효과가 미약하다. 이에 급성 통증을 완화하면서도 의존성이 낮은 약제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FDA는 지난달 “외상이나 질환으로 인한 수술로 최대 30일 정도 지속되는 급성통증을 완화하면서도 비마약성인 진통제의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며 “이를 시도하는 기업에 도움을 줄 허가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서도 강한 진통 효과를 내면서 부작용이 적은 약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있다. 비보존 헬스케어는 지난해 7월 주사제 ‘오피란제린’의 임상 3상에 착수해 현재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4522평 규모의 경기 평택드림테크 공장부지를 매입해 4개 동과 함께 오피란제린 생산공장도 건립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밖에 올리패스, 대웅제약의 신약개발사 아이엔테라퓨틱스, 메디포럼도 비마약성진통제의 임상 과정을 거치고 있다. 와이디생명과학도 지난해 초 후보물질 발굴에 착수했다.
국내 마약성진통제 의존율 서구만큼 높고 부작용 다수 보고
한편, 미국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근래 미국에서 펜타닐 등의 마약성진통제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사상 최초로 연간 1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국내서도 마약성진통제에 의존성을 보이는 등 오남용의 가능성이 미국 못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지연 교수팀이 지난 2017년~2018년 국내 6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1인당 마약성진통제 소비량은 연간 55mg으로 추계됐다.
이는 OECD 평균 258mg, 미국 678mg 등에 비해 적은 수치로 보이나 의존성은 그렇지 않았다. 의존율은 21%였는데, 이는 서구에서 보고되는 오남용 빈도 수치인 21~29%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약제실 등이 지난 2020년 초부터 약 1년 반 동안 원내 약물이상반응 건수를 집계한 결과, 마약성진통제인 트라마돌·페티딘·펜타닐 등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이상반응이 보고됐다.